엄마와 아들, 세상에서 가장 끈끈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결코 엄마 품처럼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마더’는 아들 앞에서는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도 서슴없이 하게 되는 익숙한 엄마의 이야기를 낯설게 그렸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가 16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드뷔시관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 등 전작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봉 감독의 새 영화는 올해 이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이날 공개된 ‘마더’는 봉 감독, 주연배우 김혜자,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일반의 상상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보여줬다.
영화 속 여러 인물과 사건들을 솜씨 있게 풀어내며 이야기의 힘을 보여줬던 봉 감독의 초점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엄마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감정에 맞춰졌다.
살인사건이 소재로 등장하지만 ‘살인의 추억’과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존재할 뿐이다. ‘마더’ 속 살인사건은 오로지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영화는 다소 모자란 아들 도준(원빈)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아들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엄마(김혜자)의 사투를 그린다.
어느 작은 마을 약재상에서 일하는 엄마는 하나뿐인 가족인 아들이 나잇값을 못하고 어수룩해 늘 애가 타지만 아들은 그의 전부이다. 손가락을 다쳐 피를 흘리면서도 엄마는 아들을 바라보고, 길거리에 소변을 보는 아들에게 달려가 한약을 챙겨 먹이는 지극 정성이다.
어느 날 마을의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아들이 범인으로 몰린다. 엄마가 필사적으로 나서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엄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범인을 찾아나서고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가자 절박감에 점점 광기에 사로잡힌다.
영화는 곁가지를 모두 쳐내고 엄마 외의 다른 대상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전이 놀라울 수도 있지만 영화의 뿌리는 결론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엄마에게 있다.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며 치밀한 두뇌 싸움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시사회에 참석한 해외 언론인들은 봉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봉 감독의 여러 전작을 감상했다는 한 프랑스 취재진은 코미디와 드라마 등 다양한 요소가 섞여 있었던 기존 봉 감독의 영화와는 다른 성격이었지만 역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이탈리아 기자는 한없이 선한 기존 엄마의 모습과 달리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느껴질 수 있게 그린 점이 색달랐으며 서스펜스와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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