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대통령이 투신자살을 했다.
재임시절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 뒷산 절벽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자살률 1,2위(2007년도 3위, 10만명당 18.7명)를 다툰다는 기사가 나간지 불과 며칠 만에 일어난 전대미문의 비극적 사건이다.
당연히 여론은 들끓었다.
하지만 그의 ‘극단적 선택’을 꾸짖고 나무라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고인의 ‘청와대 시절’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토를 달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수구 진영’은 삽시간에 전국을 뒤덮은 거대한 추모 물결에 압도된 듯 말을 잃었다. 고인의 16대 대통령 재임시절. 기득권 세력의 대변인을 자임하며 ‘노무현 때리기’에 앞장섰던 보수언론과 한나라당도 ‘조문 신드롬’의 진행방향과 진화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잔뜩 몸을 낮추었다.
서거 소식이 나온 직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너무도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웅얼거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비난은 예측 못했던 ‘애도의 쓰나미’에 묻혀 곧바로 실종됐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이 공표되기 이전까지 그의 ‘일가족 비리 혐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비난 여론과 인터넷 악플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한발 제껴 디딜 곳 조차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부엉바위 아래로 몸을 던지면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는 듯한 엄청난 상황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그의 시신이 안치된 봉하마을에 7일간 100여만명의 추모객이 다녀가는 등 전국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 인파는 같은 기간동안 500만명을 넘어섰다. 28일 서울광장의 노제 인파만도 족히 50만명을 헤아렸다. 추모객 수로는 역대 최대의 기록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나기 무섭게 우파 진영에선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되느냐”는 불만스런 목소리가 다시 흘러 나오기 시작했고, 좌파 일각에서도 ‘바보 대통령’을 향한 뜨거운 추모 열기를 “지도력 부재 시대에 나타나는 영웅만들기 현상”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난 7일간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에워쌌던,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힘든 국민적 감정의 거품은 분명 빠질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자신이 믿는 신념과 지키고 싶은 가치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송두리째 내던지는 용기와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는 안도현 시인이 노래한 ‘연탄재’ 같은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연탄재를 발로 차지 마라
너희가 언제 단 한번이라도 뜨겁게 타오른 적이 있었느냐
그를 폄하하는 사람들에게 이 짤막한 시를 들려주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