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과 로마군단이 격돌하는 순간 모든 다른 것들은 그 의미를 상실했다. 반만년의 역사, 그 수 천 년의 세월은 이 순간을 위해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한 골, 오직 한 골만이 의미가 있을 뿐이다.”
“마침내 안정환의 머리를 스친 공이 이탈리아의 네트를 갈랐다. 순간 모두가 얼싸 안았다. 축구가 대한민국의 이데올로기가 된 것이다.”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 서울월드컵 한국-이탈리아 전의 그 때 그 순간에 대한 회상이다.
월드컵 축구예선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주말 2010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을 이루는 주요 경기가 지구촌 곳곳에서 일제히 치러지면서 세계는 또다시 축구의 마술에 빠져들고 있다.
왜 사람들은 축구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공이 없는 공간에서도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진다. 선수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의 수를 읽고 속고 속이는 전술과 진형(陣形)으로 공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순수 마니아가 축구에 빠져드는 이유다. 이뿐이 아니다. 축구에는 숨겨져 있는 메타포가 하나 둘이 아니다. 지극히 정치적이다. 축구는 그래서 민족주의를 상징하고, 때로는 전쟁으로도 비유된다.
그런데 축구는 북한체제에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강성대국 위업달성의 방편이다’ - 이런 정의가 가능할 것 같다.
한국 팀이 아랍에미레이트 연합 팀을 격파하고 월드컵 본선 행을 결정지은 날, 북한은 이란과 경기를 벌였다.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TV 중계를 한 그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북한주민들의 복장이 주목됐다는 게 외신의 보도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관람객들의 티셔츠에는 하나같이 ‘강성대국’이란 구호가 쓰여 있었던 것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야말로 강성대국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계기라는 게 아마도 북한 당국의 입장인 모양이다.
그 경기는 비겼다. 이후 전해지는 보도가 재미있다. 막가파식 공갈에 협박에, 미사일을 쏴대고 핵 장난을 친다. 그 북한이 한국에 SOS요청을 해온 것이다.
제발 사우디아라비아 팀을 이겨 본선 진출에 도움을 달라는 것이다.
축구는 무엇인가. 여기서 정의를 다시 한 번 내려 본다. 평화의 상징, 평화의 도구라는 정의도 가능할 것 같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하여튼 축구도 잘 하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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