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이름이 무겁다
죽음을 이고 선 고인돌 같다 스톤헨지 같다
이 세상 생명치고 죽음의 받침대 없이
세워진 목숨 있는가?
꽃들이 명칭으로 아름다운가?
돼지 미모로 잡는 것 아니고 근수로 잡듯
세상에는 이름 귀해도 신분 천하고
호칭 천해도 자질이 귀한 것 성풍盛豊하다
이름이 성품을 규정하지 않는다.
제 성명 석 자 위하여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나대는 사람들
밤하늘 유성 지는 뭇 별처럼 번쩍이는 사람들
로데오 끌려나온 수소처럼 날뛰는 사람들
사막 모래바람 된다 광야의 떠돌이바람 된다
그 누구의 이름도 한 번은 어두운 땅속에 묻힌다
무한한 세월 기다리는 맹아萌芽가 된다
작은 겨자씨라도 발아되어 떡잎 키우면
키 넘긴 초본 되어 뭇 새들 깃들이듯
이름에도 펄럭임도, 번쩍임도, 크고 작음도 없다
데스밸리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송석증(1945~) ‘이름’ 전문
“이 세상 생명치고 죽음의 받침대 없이/세워진 목숨”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받침대만 툭 건들면 허망하게 무너져버릴 목숨. 꽃이 아름다운 건 이름 때문이 아니라 향기에 있다. 명불허전이라고,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으려면 향기가 있어야 한다. 인공적인 향수가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향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향기여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름 알리기에 급급하게 산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를 떠도는 바람소리를 통해 시인은 인생의 허망함을 말하고 있다.
한혜영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