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일본이 군국주의로 나가고 있던 무렵이다. 당시 중국을 여행하던 일본기원 관계자들은 한 천재 소년을 발견한다. 단위가 절대적 권위를 자랑하던 그 시절, 여행에 동행했던 일본기원의 고단자가 무명의 어린 소년과의 대국에서 패배한 것이다.
이 천재소년의 도일이 바로 추진된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정부 당국이 제동을 건 것이다. ‘그 천재기사에게 일본기사들이 번번이 패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딴에는 질책성 질문을 당국자가 던진 것이다.
일본기원관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천재기사를 이기겠다는 각오로 전 일본 기사들이 기량을 갈고 닦을 때 일본의 바둑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천재소년의 일본행은 결국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천재소년으로 인해 일본은 화려한 현대 바둑시대를 연다. 그 천재는 다름 아닌 ‘현대의 기성’으로 추앙 받고 있는 오청원(吳淸源)이다.
천재기사로 불린다. 조훈현-이창호를 잇는 천재 계열로, 한국 바둑의 1인자다. 세계 바둑계의 톱스타 중의 하나다. 이세돌을 말하는 것이다. 그 이세돌이 1년 반 동안 바둑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기원과 갈등을 빚어온 결과인 모양이다. 말하자면 선배 프로기사 다수가 이세돌의 돌출행동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면서 집단행동에 나서 생겨난 불상사다.
그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한국바둑의 퇴행이다. 팽팽한 승부세계에서 살아가는 천재기사에게 1년 반이란 공백기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촉망 받던 신예 기사들이 2년간의 군복무를 거치면 평범한 기사로 전락해 버리는 것도 그런 이치다.
예도(藝道)의 세계는 천재가 이끌어 간다. 한 사람의 천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바둑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천재 조훈현 한 사람의 출현으로, 또 이창호의 출현으로 한국바둑은 세계를 휩쓸었다.
그 한 명의 천재기사의 출현에는 그러나 지난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세돌의 출현도 그렇다. 그런데 그 천재가 반짝 빛을 발하고 사라질지도 모를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노름이다, 술이다, 일탈된 행동만 하는 괴짜 천재기사들을 너그러이 감쌌던 일본 바둑계처럼 이세돌의 그 돌출행동을 천재들이 흔히 보이는 ‘일탈차원’에서 보아줄 수는 없었던가 하는 아쉬움이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무차별 인터넷 공격이다. 이세돌 파동과 관련해 인터넷 매체에 뜬 댓글은 1만개가 넘었다고 한다. 그 글 대부분이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 찼다. ‘조화(調和) 예도’가 바둑이라 했던가. 이래저래 뒷맛이 여간 쓴 게 아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