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사제수품 23년차인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미국연수)는 600달러 할인가격으로 구입한 ‘후지 자전거’에 최소한의 짐을 매달고 자전거 대륙횡단 동쪽 출발점인 버지니아주 요크타운을 출발, 58일간의 자전거 미국 횡단여행을 겁없이(?) 시작했다. 최종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 2개의 자전거 공식루트 중 콜로라도를 넘어 유타, 네바다를 거쳐 캘리포니아로 들어오는 3,800마일의 ‘웨스턴 익스프레스’ 코스를 택했다.
서 신부는 지난 1998년 서울을 출발, 전국을 도는 국토대장정을 홀로 2달에 걸쳐 도보로 완주한 발품 여행의 대가로 2007년 연수차 미국에 온 후 미 대륙을 횡단해보는 꿈을 키워왔다. 서 신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대륙횡단 예행연습으로 LA-샌프란시스코간을 자전거로 달렸다.
그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차분하게 기도와 수행하는 마음으로 페달을 밟자고 마음을 먹었으나 아파오는 엉덩이와 춥고 불편한 잠자리, 매우 뜨거운 날씨 등으로 오히려 여행 초기에는 후회가 많았다”고 밝혔다. 서 신부는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마치 자전거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면서 자전거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달래면서 타면 고장도 훨씬 줄어든다고 귀뜸했다. 그러나 펑크는 열 몇 번, 휠도 두 번이나 새것으로 교체했다.
“자연과 직접 부딪히며 하나가 되는 것”이 자전거여행의 묘미라고 말한 서 신부는 다양한 지형을 통해 자연을 체험하다보니 황량함마저 아름다움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자연의 매몰참과 야성은 늘 여행을 위협했고 특히 ‘바람’은 자전거여행을 힘들게하는 큰 장애였다고 말했다. 막상 이번 횡단여행의 종착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니 더 이상 서쪽방향으로 달릴 곳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한 서 신부는 아무런 사고없이 안전하게 횡단을 마칠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서 신부는 이번 자전거 횡단여행이 비교적 안정되고 변화가 적은 사제생활 가운데 스스로 변화를 주면서 자신을 고통에 노출시켜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하고 이번 여행을 통해 사제로서 내적으로 순화된 삶의 갈망이 조금이라도 채워졌기를 스스로 기대한다면서 거주지인 미네소타 미니아 폴리스를 향해 3박 4일 동안 달릴 암트랙 기차에 올라타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규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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