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남과 다른 삶의 궤적을 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신기한 생각 다음에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 보기에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자식도 먹여 살려야 하고 부모님도 돌봐 드려야 하고 그리고 동창들에게 내세울 것이 있어야 할 텐데, 하며 당사자도 안하는 걱정들을 내가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즉 내가 태평양을 건너 오긴 했으되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 라는 한국적인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며 노심초사하는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런 생각들을 점검하고 내려놓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당연히 내 아이는 이러저러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따라와 주지 않는 것이다. 첫 아이는 그나마 맏이답게 부모의 기대를 따라오는가 싶더니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심정적인 독립 선언을 해 버렸다. 몇 년 간 공들인 악기를 과감하게 버리더니 이 악기 저 악기 눈에 차는 대로 들고 다니더니만 결국은 악기하고는 담을 쌓았다. 큰 아이 따라다니느라 조금 늦었지만 둘째는 귀가 좋으니 잘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귀가 좋은 만큼 클래식 음악을 듣는 건 즐기되 연습은 질색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축구 시즌인 요즘, 골은 못 넣어도 중간은 가야 하는데 도대체 남의 나라에서 뒤따라 다니기 바쁘니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질 지경이다. 심지어 둘째는 그나마 따라다니는 것도 안 하려 한다. 내려 갈수록 아이들이 부모의 시선과 기대에서 독립하는 시기가 더 빨라지는 것 같다.
내 자식은 당연히 잘하려니 기대했던 것들이 하나씩 어긋나는 가운데 남의 시선에 매여 살아온 나도 어쩔 수 없이 그 불편한 남의 옷을 벗어 버리지 않을 수 없다. 악기도 운동도 공부도 남이 정한 관점에서 아이들을 몰아가는 것이 아니고 또 내가 대신 해 줄 수도 없는 터에 당사자에게 그야말로 필이 꽂힐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를 움직여 온 것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압박감이었지만 적어도 그런 삶의 때가 묻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어느 날 ‘할 일’을 찾게 되면 순수한 만큼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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