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는 Automn Begin’s 의 9월을 보낸 이 10월에, 나는 봄꽃 민들레를 생각한다. 그건 내 마음 속에는 계절에 관계 없이 언제나 그 꽃 민들레가 피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봄 동산 언덕에서 민들레의 꽃 줄기를 꺾어 들고, 그 홀씨를 파아란 봄 하늘 멀리 멀리 불어 보냈던 내 어릴적, 내 또래 머스마들과 가스나들의 팃끼없는 이 민들레 홀씨 불어 보내기 놀이는, 사내아이들의 딲지치기, 팽이돌리기, 여자 아이들의 모차기, 공줍기, 줄넘기, 그리고 사내 아이와 여자 아이들이 함께 노는 숨바꼭질에 비해, 홀씨에 동심을 실어 날려 보내는 꿈이 담긴 놀이가 아니었던가?! 이러한 내 어린 시절의 동심과 꿈 그리고 정서가 33년전, 내가 이 땅 미국으로 이민 올 때 내 이민 보따리에 싸여 와, 나와 함께 이민생활을 시작했다고 나 할까. 그래서 나는 1994년 이 땅에서 처음으로 창단한 어린이 극단 이름을 아동극단 ‘민들레’로 붙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어릴 적, 민들레의 홀씨 멀리 불어 보내기 시합에서 다른 아이들 보다 입깁이 쌔지 못 해 언제나 꼴찌었던 내가, 이은상의 가곡 가사 처럼, 그 때의 그 동무와 친구들은 모두 그 고향땅에 다 살고 있는데, 유독 나 만이 먼 이국땅에 와 살게 되었는지, 우리 삶의 아이로니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민들레에 대한 정서가 내 마음에 담겨 이땅까지 같이 왔듯이, 또한가지 나와 함께 이 미국땅으로 같이 온게 있다면, 그것은 내가 떨쳐 버리지 못 했던 아동극인 것이다.
아동극! 남들은 이 연극행위를 코흘리게 어린이와 얼려 노는 하찮은 소꿉놀이 쯤으로 치부해 버릴는지는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의 아동극은 내 인생의 시작이었고, 또 마지막이며, 전부인 것이다.
나는 지난 반세기 동안, 무대에 선 어린이들의 눈망울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았고, 파란 봄 하늘 멀리 날라 가는 민들레의 솜틀 같은 홀씨를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나의 감정이 어찌 나 혼자 만의 느낌이었을까? 나는 내가 펼친 아동극의 무대를 지켜 보는 어린이 관중과 어른들의 눈매에서 그들도 나와 같은 감정에 젖어 있음을 나는 똑똑히 보와 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와 나의 동조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철길을 달리는 급행열차 처럼, 아동극이란 계도 위를 달려 왔던 것이다. 한국에서의 아동극 활동은 접어 두더래도 이 땅 미국에서의 아동극단 민들레가 미국 본토는 물론, 한국과 일본 같은 해외를 두루 달리며 민들레의 홀씨를 뿌리듯 아동극 공연을 펼쳐 왔던 사실은 내 생애의 한 기록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달림은 지난 2004년 내 고향 통영에서의 ‘콩쥐 팥쥐’ 공연을 마지막으로 10년 장기공연의 막을 내리고, 이어 새로운 10년을 여는 또다른 작품 공연에 들어 갈 계획을 세우려 할 때, 갑짝이 불어 닥힌 경제불황이란 장애물이 우리의 계도 앞을 가로 막고 말았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신종 푸루(Flu) 란 또다른 쯔나미가 어린이 단원 모집을 불가능케 하기도 한 것이다.
할 일을 빼앗긴 나는, 오늘도 마누라가 딸애와 함께 바깥출입하고 없는 집을 지키며 여러 가지 구상에 잠긴다. 마치 나의 동극 ‘풀잎각시’ 에 나오는 산골아이 ‘훈이’ 가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며 집을 지키면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풀잎각시를 만들듯이 말이다.
그런데 나의 집념과 욕망이 나를 잡고 늘어 질 때, 또 하나의 내 마음 속의 내가 나를 꾸짖듯이 말한다. 이 무모하고 욕심꾸러기 영감아, 나이를 생각해야지, 지난 50년 동안 네가 걸어 가고 싶은 길을 원껏 걸어 왔으면 멈출 때도 되지 않았느냐!라고-- 하지만, 내 마음 속에 피어 있는 민들레의 홀씨가 멀리 날라 가면서 날더러 따라 오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나는 ‘ 판도라’ 의 상자 속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희망 ! 그 희망을 품으며, 내년 여름이 가기전에 또 다른 아동극 무대를 꾸며 볼 것이라고 다짐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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