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만해(萬海)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이란 시의 세마디 싯귀를 옮겨놓아 보았다. ‘날카로운 첫 키스’란 감각적 언어가 돋보이는 이 싯귀는 막 문학에 대한 열정이 피어나던 나의 청소년시절에 내가 즐겨 읊던 첫 시어(詩語)들이다.
돌멩이를 씹어도 소화시킬 만큼 왕성한 군대시절(1973년 부터 1976년)에도 나는 이 싯귀를 읊으면서 ‘귀머거리 1년, 장님 1년, 벙어리 1년’이란 3단계 인내력 체질화 과정을 적절하게 몸에 익힐 수 있어 만 3년간의 군대시절을 그야말로 유익하게 보내게 되었다.
군 제대 후 33년만인 지난 8월말,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로 부터 ‘컬럼’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3일간 고민하다가 “10월 초부터 2009년 12 월 말까지 딱 10회에 걸쳐 공인회계사가 온몸으로 느끼는 생활과 숫자에 얽힌 얘기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어 보기로 하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하기는 했으나 과연 얼마나 나의 생각을 문자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는 나자신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하지만, 2주마다 게재되는 나의 컬럼에 나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보다 유익한 주제를 보다 쉽게, 그리고 보다 재미있게 써 보도록 할 예정이다.
우스갯소리로 누구보다도 회개(悔改)할 것이 많다고 일컬어지는 직업인 공인회계사(公認會計士 )란 직책을 걸친 내가 처음 독자들과 함께 생각하고자 하는 숫자는 아무래도 ‘1’(넘버원) 이 될 수 밖에 없다.
나 자신이 공인회계사이기에 요즘 가장 많이 상담해 드리고 있는 No.1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에 관한 것,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해외 금융계좌 보고 의무사항(FBAR)’에 관한 것들이다. 미 국세청의 신고양식 TD F 90-22.1에다 과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외국에 열어놓은 금융계좌 총액이 일년 365일중 단 하루라도 $10,000을 넘은 적이 있으면 관계 금융계좌의 일년중 최고 잔액과 계좌번호, 그리고 금융기관의 주소를 기재하여 미국세청에 금년 10월 15일까지 보고하게 되어있는데 이를 보고하지 않은 납세자들에게는 추후 가혹(?)하리만큼 센 벌금이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만약 보고의 의무가 있는 듯 보이는 납세자들은 일단 해당 공인회계사를 만나 심도깊은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유드린다. 왜냐하면 미국세청이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는 미역사상 처음있는 일로 결코 예사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숫자 No.1과 관련하여 미국내 길이름 (예: Main St., First St., Market St., Second St.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길이름은 무엇일까?
미 통계청이 최근에 실시한 자료조사에 따르면 정답은 네번째 답인 Second Street이 된다. 그 이유는 미국내 많은 도시들이 제일 중요한 거리이름을 처음에는 1가( First Street)로 정해두었다가 그 지방도시의 뛰어난 인물 이름을 따서 나중에 고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1가(First St.)가 2가(Second St) ,3가(Third St.)에 이어 3위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1위와 2위,3위는 사실 종이 한 장 차이의 격차밖에 없기에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 개인이나 단체, 회사, 가게들은 보다 겸손한 자세를 지닌 채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2위나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개체들은 정상(頂上)을 차지하기 위해 역시 성실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북가주 한인 모두는 각자 있어야 할 곳에 있는 현인(賢人)이 되어 다가오는 미래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알뜰하게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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