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희망캠페인 - 할리웃장로병원 ‘맘&베이비 유닛’
부드러운 면을 잘라 신생아용 모자를 만들어 나누어주느 봉사활동을 하는 한인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그 할머니는 모자를 만들 때마다 ‘이 아이가 대통령이 되게 해주소서’ ‘이 아이가 과학자가 되게 해주소서’ ‘이 아이가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되게 해주소서’라며 희망의 기도를 담는다고 했다. 그 희망이 머무는 곳, 할리웃장로병원 ‘맘&베이비 유닛’을 찾았다. 그곳에서 일하는 수십명의 간호사들은 날마다 만나는 새로운 희망들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한인·흑인·히스패닉 등 민족은 달라도
새 생명 탄생은 언제나 신비와 기쁨
간호사 96명 산모·신생아 ‘뒷바라지’
■ ‘맘&베이비 유닛’은 엄마·아기 세상 나갈 준비하는 곳
분만실과 회복실을 지나 엄마와 아기가 이틀에서 사흘정도 입원해 있으면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곳. 최근 산모들의 숫자가 늘어난 덕분에 ‘맘&베이비 유닛’은 기존 7층과 8층에 이어 9층까지 확장했다. 보다 쾌적하고 깔끔한 분위기에서 산모와 신생아들이 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3개층 81개 병상에서 96명의 간호사들이 산모와 신생아들을 돕고 있으며 이 중 한인 간호사는 27명이다.
출산에 앞서 병원 투어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분만실과 입원실인 ‘맘&베이비 유닛’을 미리 돌아볼 수 있다. 소요시간은 20분.
한국어 문의전화 (323)913-4900
한인 간호사 영 김씨(가운데)와 로빈 김씨(맨 오른쪽)가 신생아 브리젯 오티스를 돌보며 산모 일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은호 기자>
■ 하늘이 내린 만남
이 세상에서 첫 날을 맞이한 브리젯 오티스를 처음 만난 곳은 어느 맑은 날, LA 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할리웃장로병원 9층 ‘맘&베이비 유닛’ 916호에서다.
한인 간호사 영 김씨를 따라 916호실 문을 살짝 열었을 때, 엄마인 일마 오티스(32)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 든 브리젯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 간호사는 시계를 보더니 7파운드 2온스의 작은 체구의 브리젯이 이제 태어난 지 딱 24시간 됐다고 했다. 찡그린 듯 두 눈을 감은 모습에 “첫째 아이냐”고 묻자 일마는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 4개를 들어 보인다. 넷째다.
그녀는 지난해에도 셋째인 아들을 할리웃장로병원에서 낳았다고 했다. 일마가 할리웃장로병원의 장점으로 꼽는 것은 모든 간호사들이 너무도 친절하고 사랑으로 자신을 대해준다는 점. 혹시 다시 아기를 갖게 되면 다섯째도 할리웃장로병원에서 출산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일마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이제 아기는 그만 낳을 것이다”고 말하며 쑥스러운 듯 큰 소리로 웃었다.
■ 민족은 달라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LA인 만큼 ‘맘&베이비 유닛’에서도 각 나라의 독특한 출산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출산 후 ‘땀을 쫙 빼야 한다’는 정설에 따라 산모의 보온이 절대로 중요한 반면 서양 산모들은 출산 다음날부터 찬물에 샤워를 한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산모에게 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어 병실 가득 꽃바구니가 넘친다. 히스패닉 가족들은 자녀가 많은 만큼 ‘엄마와 동생’을 만나러 온 아이들로 병실이 북적거린단다.
비록 문화권에 따라 출산의 모습은 다르지만 모두의 공통점이라면 기쁨과 희망이 넘친다는 사실. 셰리 칠드레스 디렉터는 “사람들은 새로운 생명을 기뻐하고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될지 상상한다. 화가가 될 수도, 의사가 될 수도 있다. 이곳이야 말로 희망의 공간이다”고 말했다.
■ 생명이 희망이다
간호사 생활 30년차에 접어드는 영 김 간호사는 이 병원의 ‘맘&베이비 유닛’에서만 10년을 일했다. 수많은 아기와 엄마들을 만났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흑인 산모였는데 미역국을 달라는 거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이 한인이었어요. 미역국의 명성을 많이 들었다며 먹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맛이 좋대요. 입원해 있는 동안 계속 먹었어요.”
뿐만 아니다. 8년만에 딸을 낳았다며 기뻐하던 부부의 모습도 잊지 못하고, 출산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된 산모가 회복해서 퇴원을 할 때 “이 일 하길 정말 잘했다”며 큰 보람도 느낀다.
김 간호사는 “이 곳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곳이고, 우리는 그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 지 가르쳐 준다”면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모두 이 나라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인물로 커나가길 바란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희망이다”고 덧붙였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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