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존즈 ‘와일드 싱스…’
웨스 앤더슨 ‘팬태스틱 미스터…’
팀 버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두 매우 독립적이요 모가 선 감각을 지닌 3명의 명감독이 고전 아동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잇달아 개봉된다.

이 중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스파이크 존즈 감독(‘각색’)의 ‘와일드 싱스가 있는 곳’(Where the Wild Things Are). 이 것은 모리스 센다크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상상력 풍부한 소년이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온갖 괴물들과 함께 액션과 모험을 즐긴다는 내용. 라이브 액션 영화로 지난 16일에 개봉돼 첫 주말에 총 3,250만달러를 벌어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로열 테넨바움스’)이 만든 ‘팬태스틱 미스터 폭스’(Fantastic Mr. Fox)가 오는 11월13일에 개봉된다. 이 영화는 로얼드 달의 소설이 원작으로 야생동물이 되고픈 여우 미스터 폭스가 아들 및 동료들과 함께 동네의 가금류 농장을 털면서 벌이는 액션과 모험 그리고 가족의 중요성을 그린 스톱 모션 만화영화다. 복고풍의 영화로 앤더슨의 야릇한 솜씨가 역연한데 미스터 폭스의 음성 연기는 조지 클루니가 그리고 폭스 부인의 음성 연기는 메릴 스트립이 각기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팀 버튼 감독(‘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연출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가 내년 3월5일에 개봉된다. 루이스 캐롤의 소설이 원작으로 이 소설은 과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중 하나인 매드 해터로는 자니 뎁이 나온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아동소설이 원작이면서도 원작과 달리 매우 심각하고 괴퍅하며 또 어둡고 무섭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와일드 싱스가 있는 곳’의 경우 폭력적이고 무서운 장면이 많아 과연 이 영화가 어린 아이들에게 적합한 것이냐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버튼은 “내 영화는 다즈니랜드식 영화가 아니라 이상한 나라에 홀로 있다는 것에 관한 얘기”라면서 “원작과는 아주 다른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앤더슨도 영화를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무해한 것으로 만들기보다는 자기가 어렸을 때 원작을 읽고 느낀 감정과 환상적 모험심이 담긴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는 최근 한 연예잡지와의 인터뷰에서 “11세로서의 나를 관객으로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장르를 한 단계 격상시키다 보니 영화 제작사들이 원작자와 관객의 반응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와일드 싱즈가 있는 곳’을 만든 WB는 영화가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원시적이고 또 심오해 걱정을 했으나 센닥이 존즈에게 “내 작품을 당신 마음대로 위험하게 만들라”는 심리적 지원을 받으면서 한 숨 놓았다고.

무엇이 자기 자신들만의 독특한 독립성과 예술적 감각을 지닌 이들 감독들로 하여금 아동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일에 나서게 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흥행 문제로 예술적인 독립영화가 멸종하다시피 하면서 진지한 감독들은 자기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팔 수 있는 수단으로 가족영화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전문가는 “틀에 박힌 영화를 기피하는 감독들은 대단히 흥미 있는 가족영화를 통해 자신들을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아울러 흥행 성공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와일드 싱스가 있는 곳’은 지난 주말 개봉, 흥행 1위.

‘팬태스틱 미스터 폭스’는 스톱모션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매드 해터(자니 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