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故) 장자연 씨의 유작 두 편이 최근 나란히 선보였다.
하지만 두 영화에서 고인은 노골적인 성상품화의 대상이 되는 역할 또는 실제 상황이 연상될 수밖에 없는 자살하는 역할로 등장해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앞서 개봉한 ‘정승필 실종사건’에서 그는 실종된 주인공 정승필의 내연녀로 오해받고 경찰서에 불려 와 조사를 받는 요가학원 강사로 출연했다. 그가 보여준 연기는 경찰서 안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가슴골을 드러내며 요가 동작을 선보이는 장면이 전부였다.
29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펜트하우스 코끼리’에서 고인이 맡은 역할은 세 남자 주인공 중 민석의 애인 혜미로 비중 있는 주조연이다.
하지만 그의 출연분은 모두 민석과의 정사 장면이 아니면 충격적인 자살 장면이다. 혜미는 고급 술집에서 일하는 ‘텐프로’ 출신의 연예인으로, 결혼한 민석에게 버림받자 손목을 긋고 자살한다.
붉은 피가 가득한 욕조 안에서 눈을 뜨고 처연한 표정으로 죽은 연기를 하는 모습은 영화의 맥락과 상관없이 섬뜩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영화를 연출한 정승구 감독은 민감한 부분은 물론 있었지만 서술 구조상 영화의 진정성이나 완성도를 저해하면서 영화 외적인 조건으로 편집하는 것은 감독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있었지만 숙고 끝에 그대로 내놓게 됐다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극 중에서 표현된 내용과 유사하다고 하니 당황이 되고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영화 촬영이 다 끝나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사건이 일어났고 재촬영을 하기에는 대체할 만한 배우도 없었고 여건이나 환경도 넉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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