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어가지만, 영화계는 내년을 준비하는 손길로 분주하다. 거장들이 귀환하고, 전쟁영화나 흥행한 영화의 속편들도 속속 제작된다.
임권택 감독은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만든다. 김태용 감독과 임상수 감독은 과거 이만희 감독의 ‘만추’와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각각 리메이크한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전쟁영화도 잇따라 제작된다.
◇임권택부터 윤정희까지 마에스트로의 귀환 =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는 ‘달빛 길어올리기’는 임권택 감독이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만든 첫 영화다.
영화는 5급 사무관이 되는 것이 꿈인 7급 공무원 종호가 승진을 위해 시청 한지과로 옮기고 나서 한지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이야기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지원이 종호의 작업에 함께한다.
종호 역의 박중훈은 임 감독 영화에 첫 출연하고, 강수연은 ‘아제아제바라아제’(1989) 이후 21년 만에 임 감독과 함께한다.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배우 윤정희는 ‘만무방’(1994) 이후 1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시’를 통해서다.
영화는 생활보조금을 받아가며 딸이 맡긴 10대의 외손자를 기르는 60대 중반 여성이 문학강좌 수업을 받으며 생전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는 내용이다. 촬영과 편집을 거쳐 내년 5월 초에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전쟁 60주년..전쟁영화 풍성 = 한국전쟁을 다룬 4편의 영화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학도병부터 ‘연평해전’까지 소재가 다양하고, 제작비도 대부분 100억원을 훌쩍 넘는 덩치 큰 영화들이다.
내년 6월 개봉 예정인 ‘포화속으로’(이재한 감독)는 한국 전쟁 중 낙동강 전투 막바지에 71명의 학도병과 인민군이 벌인 12시간의 사투를 그린다.
권상우와 ‘빅뱅’의 탑(최승현)이 학도병으로 호흡을 맞추고, 차승원이 북한군 사단장, 김승우가 남한군 사단장 역을 각각 맡았다.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다.
’테러리스트’(1995)의 김여빈 감독이 연출하는 ‘빨간 마후라2’는 고(故) 신상옥 감독의 작품 ‘빨간 마후라’의 속편 격인 영화다. 전편의 주인공 손자가 공군 파일럿으로 등장한다. 제작비는 80억원으로 내년 10월 국군의 날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다.
2002년 벌어진 제2차 연평해전은 ‘아름다운 우리’(가제)와 ‘연평해전’ 등 두 편의 영화로 부활한다.
‘친구’(2001)의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든 ‘아름다운 우리’는 내년 3월께 촬영에 들어가 연말쯤 개봉할 예정이다. 20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고 3D 입체 영화로 제작된다.
‘튜브’(2003)의 백운학 감독은 ‘연평해전’으로 맞불을 놓는다. 모두 120억원의 제작비가 드는 이 영화는 내년 5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된다.
◇고전들을 다시 보다 = 1960년대를 대표하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와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김진규, 주중녀, 이은심, 엄앵란이 출연한 ‘하녀’는 한정된 공간(2층집) 안에서 개인의 욕망을 치밀하게 묘사해 시선을 끈 작품.
‘오래된 정원’(2007)의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밀양’(2007)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이 원작에서는 이은심이 맡았던 ‘하녀’ 역으로 출연한다.
이 영화는 내년 5월 개봉을 목표로 이달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가족의 탄생’(2006)의 김태용 감독이 리메이크하는 ‘만추’는 모범수로 특별 휴가를 나온 여주인공이 위폐범으로 쫓기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기영 감독이 1975년 ‘육체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김수용 감독이 ‘만추’(1981)라는 동명 타이틀로 각각 다시 만들었을 정도로, ‘만추’는 영화 감독들에게 꾸준한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현빈이 신성일이 연기했던 위폐범을, 문정숙이 연기한 모범수역은 중국의 탕웨이(湯唯)가 연기한다. 지난달 촬영에 들어가 내년에 개봉한다.
◇스타 감독들의 신작들 =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우석 감독은 ‘이끼’로 돌아온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폐쇄적인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물이다. 박해일과 정재영은 마을의 진실을 파헤치는 청년과 마을 이장 역으로 분한다.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추격자’(2008)의 나홍진 감독은 ‘황해’를 연출한다. 청부 살인을 위해 국내에 잠입한 조선족 구남(하정우)과 그를 살해하기 위해 투입된 또 다른 살인 청부업자 면가(김윤석)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그린 액션 스릴러다.
제작비 110원이 투입되며 ‘추격자’에서 호흡을 맞춘 하정우-김윤석 콤비가 출연한다.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왕의 남자’(2005)의 이준익 감독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복귀한다. 선조 시절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한 박흥용 화백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액션 활극이다.
황정민이 전설적인 맹인 검객 황정학 역을 맡았고 차승원이 왕족 서얼 출신으로 혁명을 꿈꾸는 대동계 수장 이몽학 역으로 맞선다.
‘달콤한 인생’(2005)의 김지운 감독은 배우 최민식과 함께 잔혹 스릴러 ‘아열대의 밤’을 찍는다. 사이코패스에 의해 약혼녀를 잃은 한 남자가 범인을 추격한다는 내용이다. ‘연애의 목적’(2005)의 한재림 감독은 한국형 히어로 만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트레이스’를 동명의 제목으로 스크린에 옮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의 송해성 감독은 홍콩 누아르 ‘영웅본색’(1986)을 한국 실정에 걸맞게 리메이크한 ‘무적자’를 내년 하반기 때 선보인다. 송승헌, 주진모, 김강우가 원작의 저우룬파(주윤발.周潤發), 룽티(적룡.狄龍), 장궈룽(장국영.張國榮) 역을 맡는다.
이밖에 ‘시월애’(2000)의 이현승 감독은 송강호, 김승우와 함께 액션 스릴러물 ‘밤안개’(가제)를 찍고, ‘음란서생’(2006)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은 김주혁, 류승범, 조여정과 함께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을 내년 상반기 중 극장에 올릴 예정이다.
◇주목되는 ‘작은’ 영화 = 홍상수 감독의 열 번째 장편 영화 ‘하하하(夏夏夏)’도 후반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개봉 예정이다.
영화는 친구 사이인 두 남자가 얼마 전 각자 통영에 다녀온 사실을 알고 술자리에서 여행담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김상경이 캐나다에 이민을 가려는 영화감독 조문경 역을 맡았고, 유준상이 조문경의 친구인 영화평론가 방중식 역을 맡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신연식 감독의 ‘페어러브’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 카메라 수리점을 운영하는 50대 독신 형만(안성기)이 26세 연하의 여대생 남은(이하나)을 만나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멜로물이다.
이밖에 영화평론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데뷔한 정성일 감독의 ‘카페 느와르’,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 이송희일 감독의 ‘탈주’, 신인감독 노진수의 패기가 엿보이는 ‘노르웨이의 숲’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속편으로 관객 모은다 = 인기를 끈 영화의 속편도 속속 제작된다. 유오성, 이성재, 유지태 등이 출연해 240만명을 모은 ‘주유소습격사건’(1999)의 속편이 내년 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상진 감독이 전편에 이어 이번 속편도 연출한다. 2편에서는 지현우, 조한선, 문원주 등이 주유소를 습격한다. 지현우는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꿈꾸며 주유소 습격을 이끄는 원펀치 역을, 조한선은 전직 축구 선수로 앞뒤 가리지 않는 다혈질 하이킥 역을 맡았다.
원년 멤버인 박영규가 다시 한번 주유소 사장 역을 맡았고, ‘철가방’으로 등장해 깜짝 스타덤에 올랐던 김수로도 특별출연한다.
300만명을 모은 ‘식객’(2007)의 속편 ‘식객2-김치전쟁’도 후반작업을 거쳐 내년 2월초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김치와 일본의 ‘기무치’ 간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진구는 한국의 맛을 고수하는 요리사 성찬 역으로, 김정은은 진구의 상대인 일본인 수석 요리사로 출연해 한ㆍ일 맛 대결을 펼친다.
이밖에 2008년 164만명을 모은 공포물 ‘고사-피의 중간고사’의 속편 ‘고사2’, 성동일 주연의 ‘마음이-두번째 이야기’도 내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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