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공주가 등장하는 첫 디즈니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가 흑인 소녀들과 여성들을 열광시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소녀들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어려움에 처한 공주를 구하고 공주와 영원한 사랑에 빠진다는 동화를 접하며 자란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지금까지 흑인 공주나 흑인 왕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든 적은 없었다.
미국에서 상영에 들어간 ‘공주와 개구리’는 18세기 동화 ‘개구리 공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지금까지의 디즈니 공주 영화와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멀고 먼 동화의 나라가 배경이 아니며 공주는 고통받고 있지도 않다. 왕자도 공주를 구해주는 구세주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 티아나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갖는 것이 꿈인 웨이트리스다. 어느 날 밤 티아나는 발코니에 서 있다가 개구리 한 마리를 만난다.
자칭 왕자 개구리는 대뜸 티아나에게 키스해달라고 조른다. 티아나는 동화에서 입술에 키스하는 게 어떻게 나왔던가. 개구리가 입술이 있나. 악수나 하는 것은 어때?라고 받아친다.
개구리가 계속 졸라대고 티아나는 마침내 동의한다. 눈 딱 감고 개구리와 키스한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티아나가 개구리로 변한 것이다.
이제 모험이 시작된다. 티아나는 강어귀로 가서 부두 마법사 여왕을 찾아가 치료법을 구한다. 동화에서는 멋진 왕자로 변하는 그 개구리와 결혼하고 둘은 함께 레스토랑을 연다.
티아나 공주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현실적이고 똑똑하며 유능하다. 큰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많은 어머니가 딸에게 가르치는 내용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남자들에게 기대지 말고, 결혼하더라도 자신이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지난 여름 시카고에서 열린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머니들의 모임인 ‘모카 맘스(Mocha Moms)’ 총회에서 이 영화 시사회를 했다.
티아나가 영화 대부분 개구리로 나오고 공주로 나오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투덜거림도 있었으나 ‘모카 맘스’ 회원 대부분은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푸른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하고 마법과 같은 화면들을 보며 흑인 여성들은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모카 맘스’ 디트로이트 지부 회원인 교사 앨리시아 배이(34)는 이 영화 내용은 내 꿈과 같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이 영화를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이는 어린 시절 디즈니 공주 인형들과 자신을 동일시한 적이 없었다며 처음으로 입술이 두툼하고 갈색 피부의 흑인 바비인형이 등장했을 때까지 어머니가 인형을 사준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어머니는 동화책의 백인공주 그림이나 T셔츠에 새겨진 백인공주 도안을 색연필이나 물감으로 베이지나 초콜릿 색으로 칠해주었다고 덧붙였다.
‘모카 맘스’ 회장인 디-디 잭슨(39)은 이제 흑인 공주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마당에 과거 디즈니 영화들에서 흑인 공주가 없었던 것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디즈니 영화 말고도 많은 책에서 다양한 공주들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공주라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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