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현존하는 유화작품은 10∼20점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미국이 보유한 작품은 단 1점뿐이다.
워싱턴D.C. 소재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Portrait of Ginevra de’ Benci)’이다. 이 그림은 미국뿐 아니라 미주 대륙 전체에서 유일한 다빈치의 유화 작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또 하나의 다빈치 유화작품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스턴의 뮤지엄오브파인아츠(MFA)가 다빈치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유화 한 점을 입수, 진품 여부를 정밀조사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작품이 다빈치가 그린 유화로 판명될 경우 미국 내에 존재하는 다빈치의 유화 작품은 2점으로 늘어나며 전 세계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다빈치의 유화작품의 숫자도 하나가 더 늘어나게 된다.
1967년 내셔널갤러리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당시 예술품 구입가격으로는 사상 최고액에 해당하는 500만달러를 주고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사망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토머스 호빙 전(前) 관장은 다빈치의 작품 입수 경쟁에서 내셔널갤러리에 패배한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생전에 다음과 같이 얘기한 적이 있다.
새벽 3시에 가끔 잠에서 깨어나 `그 그림을 우리가 손에 넣었어야 했는데..’라며 한숨짓곤 한다. 내가 늙어 양로원에서 들어가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늘 중얼거릴테고, 그러면 주변의 사람들이 `참 안됐어, 저 양반은 자기가 다빈치인줄 알고 있지..’라고 할 것이다.
이 정도로 다빈치의 작품이 예술품 시장에서 지니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WP가 보도한 대로 보스턴의 MFA가 입수한 작품이 다빈치의 진품으로 확인된다면 전 세계 미술계에서 MFA가 차지하는 위상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WP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MFA가 다빈치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을 분석 중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확인작업에 들어갔으나 작품의 사진은 물론, 크기나 이름, 주제 등 구체적으로 확인된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다.
MFA의 르네상스 시대 담당 큐레이터인 프레드릭 일치먼은 WP의 전화를 받고 이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 미술관의 대변인인 돈 그리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딱 부러지게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고 있어 오히려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형국이다.
미국 내에서 내로라하는 르네상스 회화의 전문가들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등장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아직 작품을 구경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지난해 10월 고미술품 전문지의 보도를 인용해 19세기 독일의 무명작가가 그린 것으로 전해진 드로잉 1점이 실제로는 다빈치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199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만9천달러(약 2천200만원)에 팔린 이 작품이 다빈치의 드로잉으로 확인될 경우 가격은 1억5천만달러(약 1천8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이 드로잉 작품이 다빈치가 그린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진품 확인 작업이 간단치 않은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쉽게 결론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적외선 투시나 탄소 연대 측정 등의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할 경우 그림이 위작이라면 가짜의 흔적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진품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기는 어려우며, 진품 여부는 전문가들의 감식안과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MFA가 입수한 그림이 다빈치의 작품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미술계에 두고두고 흥미진진한 뉴스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