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파 논객들 “반인간·반종교·반미 메시지로 가득한 좌파 영화” 비판
영화 ‘아바타’가 거의 모든 곳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한 이 공상과학 영화는 개봉 3주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려 이미 사상 4번째 흥행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또 이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 판도라로의 입체여행은 오는 2월2일 아카데미상 후보가 발표될 때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 이름을 올릴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찬사와 인기의 와중에서도 이 영화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군의 까칠한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이다. 오랜기간 우파의 이론가들과 블로거들은 할리웃 영화 제작자들이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영화를 만든다고 비판해 왔다. 주류 미국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론가들 호평 속 흥행 돌풍
개봉 3주 만에 10억달러 돌파
이들은 세간에 많이 거론된 진보주의 영화들, 즉 ‘시리아나’ ‘밀크’ ‘W’ ‘브로크백 마운틴’ ‘엘라의 계곡’ ‘굿 나잇 앤 굿 럭’ 등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쇼 비즈니스 진보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보잘 것 없는 명분에 사람들이 얼마나 무관심한 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냉소해 왔다.
물론 ‘아바타’는 이런 주장을 뒤집었다. 일단의 비평가들이 지적하듯 이 영화는 주제 넘는 친환경 메시지를 제공하며 미국의 군사 용역업자들을 아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1960년대의 ‘우리 모두 잘 지낼 수는 없겠니’라는 메시지를 환기시켜 준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일반 영화 관람객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 틀림없다고 우파는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미시시피에서 맨해턴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영화가 우파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약한 표현이다. 우파 영화 에세이스트인 존 놀티는 이 영화를 “신성한 체 하지만 일차원적인 인물들과 진부한 플롯, 그리고 아무런 반전도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찬 영화”라고 공격했다.
‘위클리 스탠다드’의 영화 평론가인 존 포드호리츠는 이 영화를 “완전히 바보 같은,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멍청한 영화”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당신들은 앞으로 수주동안 이 영화의 정치적 메시지, 즉 어떻게 환경파괴를 다루고 이라크 전쟁을 공격하는 영화인지에 대해 듣게 될 것이다. 관객들에게 미군이 반군에 의해 패하도록 마음속으로 응원하라는 것이 영화의 결론이다. 말하자면 아주 깊숙한 반미주의의 표현”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로스 두댓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카메론을 또 다른 보수주의의 전선으로 이끌어낸다. 종교의 힘을 인정하지 않는 영화 제작자로 매도하는 것이다. 두댓은 ‘아바타’를 “기독교의 복음서가 아닌 ‘제임스에 따르면’ 복음서”라고 일갈한다. 신을 자연과 동일시하는 범신론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 외에도 ‘아바타’의 성공에 심기가 불편한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은 많다. 구체적인 언급은 생략하더라도 사회적 메시지를 신비주의와 초월적인 애니메이션 영상에 담고 있는 카메론의 웅장한 영화 팬터지가 모든 것(외교에서부터 지구온난화, 백악관 크리스마스트리에 이르는)을 당파적 슬로건의 프리즘으로 보는 보수주의자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러데 만약 이 영화가 정말 진보적 메시지로 가득하다면 보통의 영화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적인 블로그인 ‘리버타스’ 공동 창립자이자 새로운 보수주의 영화 ‘칼리포니스탄’ 제작자인 고빈디니 머티는 “이 영화는 좌파의 정치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놀라운 스펙터클을 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짐 카메론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전의 무수한 좌파 영화제작자들의 뒤를 이은 것이다. ‘아바타’는 놀랄 정도로 혼란스러운 반 인간, 반 군사, 반 서구 관점을 지니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놀라운 스펙터클과 기술, 그리고 영화제작 기법을 지닌 영화이다. 영화 관객들은 뉴욕타임스나 내셔널 리뷰를 읽는 것이 아니다”라고 영화의 성공 원인을 풀이했다.
그렇다면 ‘아바타’가 보수주의자들을 자극하고 있는 3가지 중요한 이유를 살펴보자.
■멍청한 환경주의를 찬미하고 있다: 눈치 못 챘을지도 모르지만 보수주의 운동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를 이끌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의 우파적인 사설들은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프리우스 자동차 열광자들, 그리고 지구 온난화 주장에 의문을 던져주는 자료를 은폐하는 과학자들을 조롱하는 내용(이것을 월스트릿 저널은 ‘기후게이트’라 부른다)으로 가득하다. 앨 고어가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로 각광 받기 시작한 후 보수주의자들은 할리웃의 환경론자들을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니고 큰 집에 사는 위선적인 사람들로 매도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기후게이트가 터진 후 2명의 보수주의자는 아카데미 위원회에 앨 고어의상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은 고어가 아닌 감독에게 돌아갔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원시적인 사람들과 귀중한 광물을 손에 넣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 죽이는 일을 꺼려하지 않는 영혼 없는 인간들에 대한 카메론의 묘사는 반 기술, 친 환경의 연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할리웃의 무신론이 다시 맹위를 떨친다: 보수주의자들은 오랫동안 할리웃이 종교를 무시하고 조롱해 왔다고 믿는다. 공평하게 말하자면 이들의 주장을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아주 종교적인 인물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한 영화는 흑인 여배우가 주연을 맡는 영화를 찾아보기처럼 드문 일이다. 할리웃을 무신론이라 하기는 힘들어도 극단적으로 세속적이라서 부를 수는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종교적인 영화를 만든 제작자(물론 멜 깁슨의 ‘예수의 수난’을 의미한다)는 수억달러를 벌었음을 지적한다. 물론 겨우 수지를 맞췄던 다른 종교적 영화는 언급하지 않는다. 로스 두댓의 지적이 맞는지도 모른다. 영화 관객들은 공공연하게 성경적인 메시지보다는 명확치 않으면서도 감정을 자극하는 범신론 형태의 메시지를 더 편하게 느낀다.
■할리웃은 반 군사적 슬로건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아바타’가 군 용역사업자들을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없애기를 주저 않는 잔악한 용병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나위 없다. 카메론은 이라크 뿐 아니라 베트남전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할리웃이 종종 반전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아바타’는 조금 다르다. 해병대원에서 좀 더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변신한 평화로운 전사를 그리고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바타’는 물론 정치적 메시지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시각적 상상력의 승리요 세계 최초의 위대한 입체영화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보수주의자들이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는 눈앞의 놀라운 성취는 외면한 채 정치적인 맥락만을 보려하는 것을 보는 일은 놀라운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20세기 폭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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