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행복캠페인 - 27 동업으로 성공한 4형제
‘형제는 동업자가 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넘어 27년을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의좋은 형제로 우애를 다져오는 4형제가 있다. 주인공은 유제품 유통회사인 ‘포 스타 데어리’(Four Star Dairy)를 운영하고 있는 이창우(제임스), 종표(스티브), 흥표(토마스), 영표(존)씨. ‘형제간의 우애를 지키고 서로 믿고 이해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새기며 서로에게 든든한 후원자이자 지지자가 되었다는 형제들. 자신보다 형이나 아우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와 서로의 가능성을 믿어준 신뢰가 동업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4형제의 행복한 성공스토리를 소개한다.
마켓·학교·식당 등에 유제품 납품회사 공동 운영
신뢰바탕 성격·강점 고려 역할분담으로 사업 성공
갈등·의견충돌 있어도 회사 나서면 ‘의좋은 형제’
형제의 이민사는 아버지부터 시작이다. 경기도 광주에서 제일시장과 극장을 운영하던 부친 이광근씨는 70년대 초 가장 먼저 미국에 왔다. 형제 중에선 종표씨가 맨 처음 태평양을 건넜다. 79년 종표씨를 시작으로 영표씨가 83년 미국에 오면서 형제는 롱비치에서 주유소를 시작했다.
이후 맏형 창우씨가 84년 합류했고 형제들의 비즈니스는 마켓 및 리커로 바뀌었다. 이후 86년 셋째 흥표씨가 형제 중 마지막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 형제들의 동업은 본격화됐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첫째와 둘째는 이스트 LA에 있는 마켓과 리커스토어, 셋째와 막내는 린우드에서 마켓과 리커스토어를 운영했다.
셋째 흥표씨는 “내가 가장 늦게 미국에 왔는데 이미 형들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후였다. 늦게까지 함께 리커스토어에서 일하고… 그때도 우린 우애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마켓을 운영하며 유통업에 눈을 떴다. 한인시장을 상대로 리테일 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발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유통업이라면 보다 ‘미국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생들이 세일즈하면서 정말 바쁘게 뛰었어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는데 초반 1~2년은 동생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첫째 형 창우씨의 말이다. 셋째 흥표씨가 손사래를 친다. “모두가 같이 고생한 덕분”이라며 도리어 형들을 추켜세웠다.
누구의 공이었든, 누가 제일 고생을 했든, 형제들은 바라던 대로 유제품 유통회사 ‘포 스타 데어리’를 설립했다. Four Star는 당연히 4형제를 의미한다. 어느새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처음엔 미국 최대 유업회사인 딘 푸드(Dean Foods) 및 우유 브랜드인 아도르 팜(Adohr Farm) 제품을 취급했으며, 이후 아도르 팜이 알타데나(Alta Dena)로 합병되면서 이제는 600여가지의 딘 푸드와 알타데나 유제품을 남가주지역 마켓이나 소매점, 학교, 베이커리, 레스토랑 등에 유통 및 납품하는 유통회사로 성장했다.
지분은 네 명이 25%씩 소유하고 있고 수익 분배도 똑같이 한다. 연휴는 순번을 정해 쉰다. 연휴에 일을 하다보면 다른 형제가 쉴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의좋은 형제는 마음씨부터 다르다.
그래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의견충돌이나 갈등이 없을 리 없다. 아무리 의가 좋아도 어찌 모든 의견이 같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형제는 회의실에서의 일은 집안까지 가져오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웠다. 회사를 벗어나면 같이 밥을 먹고 골프를 치며 의좋은 형제가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이씨 가문 4형제의 장점이다. 기자가 4형제와 동시에 인터뷰를 했지만 누구 하나 말하고 있는 사람의 말허리를 자르는 법이 없었다. 기자가 질문을 하면 동생들은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먼저 물었다.
작은 습관, 작은 행동이었지만 성공을 부르는 비결이 숨어 있었다. 형제간의 존중과 배려가 비즈니스에서도 묻어났을 것이고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그들과 또 다른 형제애를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알타데나의 존 케이스 저너럴 매니저와는 4형제가 아도르 팜 제품을 유통할 때부터 15년 넘는 인연을 이어오며 신뢰를 형성했다. 이제는 ‘브라더’라는 애칭이 자연스러운 돈독한 관계가 됐다.
각자의 성격은 다르지만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며 살고 싶고, 콩 심은 데는 콩만 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좋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형제의 공통점이다. 소위 패밀리 비즈니스지만 아내들은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설날, 단오, 추석 등 때마다 제사를 지내느라 고생이 많다. 아내들의 수고 덕분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고 화목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들은 아내들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맏형 창우씨는 “과유불급이다. 조금 늦더라도, 멀리 내다보며 천천히 묵묵히 걸어온 것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다”면서 “좋은 가르침을 주신 부모님과 내조로 후원을 아끼지 않은 아내들, 우리를 믿고 함께 해준 고객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626)965-8788
<김동희 기자>
형제이자 동업자로 우애를 지켜오고 있는 ‘포 스타 데어리’의 이창우(왼쪽부터), 종표, 흥표, 영표 형제가 유제품 생산업체인 ‘알타데나’의 우유 그림이 그려진 트럭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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