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 않을 정도의 고통이라면 나를 한층 더 강하게 할것이다 ? 니체>
몇일째 비가 내린다. 어젯밤 늦도록 일을 하다가, 1960년대의 고달프지만 따뜻했던 한국의 감성이 뭍어나는 단편소설을 하나읽고 잠들었는데, 이른 새벽 창을 심하게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난 일요일 차를 타고가다보니 101 프리웨이 입구 신호등옆에 홈리스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희끗한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에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비에 젖어 제대로 읽을수 없게된 글씨가 가득쓰인 박스종이를 들고 서있었다. 지폐몇장을 꺼내 창밖으로 건내며 짧게 인사하는 순간 그의 눈을 보았다. 그렇게 슬픈눈을 바라보는것은 오랜만이었다. 빛이 하나도 없이 무덤덤하고 불투명한 그런 눈이었다.
몇년전 교회에서 몇개월간 혼자 철야기도 했던적이 있었는데, 그때 옆쪽 문밖에 콘크리트바닥에 홈리스 한사람이 늦은밤에 와서 자고, 새벽예배후에 나가보면 어디론가 사라졌었다. 오늘같이 비가 퍼붓던 어느날 밤, 나는 언제나 처럼 교회안에 혼자 있었고, 그는 교회 문밖 처마 밑에서 간신히 비는 피했겠지만, 몹시도 추웠을날이 기억난다. 밤새도록 그가 잠꼬대인지, 하소연인지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었다. 문득 문득 내게 의문을 갖는다. 내가 그 비오는 추운밤 그를 따뜻한 곳에서 지내게 해줄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었을까? 과연 어떻게 하는것이 최선일까?
몇년전 버클리대학에 한 홈리스 학생이 입학했다. 그는 어릴때 부터 거리에서 살았고, 거리에서 공부하여 버클리대학에 원서를 내고, 합격했다. 그의 성적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낮았지만, 그의 특수한 환경에 대비한 성과를 높이 평가해 준것이었다. 또한, 하버드 대학에서는 감옥에서 응시한 한 죄수에게 입학허가를 주었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이 사회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비 오는 소리를 들을 때면, 내 마음을 열라고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 같이 느껴진다. 좀더 강하고, 진실해 지라고, 이세상에 함께 살아가지만 투명인간처럼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음을 느끼며 살라는 두드림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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