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인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씨는 모임시간을 정할 때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오후 6시에 시작하는 모임이지만 20~30분은 족히 흘러야 회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머리를 짜내 아예 30분을 늦춰 시간을 공지해 보기도 했지만 어김없이 30분 늦춰졌다. 박씨는 “시작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시간을 지켜 잘 오는 회원들마저 늦게 오거나 더 이상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달 여러 단체의 크고 작은 송년회 모임에 참석했다는 박모씨는 “미국 단체나 기관의 시간약속은 칼 같이 지키면서도 한인들의 모임은 으레 그러려니 하는 이중적인 잣대의 실망스런 모습이 아직도 여전했다”고 말했다.
모범적인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버릇처럼 이뤄지고 있는 ‘코리안 타임’은 이제 ‘우리가 버려야 할 유산’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정해진 시간보다 늦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같은 한국사람끼리 뭘”이라며 코리안 타임을 마치 미덕(?)인양 당연시하는 풍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것.
10분 정도 늦는 것은 애교로 쳐도 30분이나 1시간씩 늦게 나타나 “코리안 타임이 있는데 왜 이리 빨리 시작했느냐” “원래 스타는 늦게 나타나는 법”이라며 미안한 내색도 하지 않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문제는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 분명히 약속시간에 맞춰 왔지만 멀뚱멀뚱 물만 들이키며 기다려야 하는가하면 늦게 시작된 모임으로 인해 이후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앞의 박모씨는 “한인들 모임에만 유난히 늦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도 미국인들과 만나는 자리에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오더라”며 “시간 약속은 누구든지 지키라고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한 한인 단체 관계자는 “모임이나 약속은 반드시 정시 시작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참석자들이 다 오지 않았더라도 일단 매 행사가 정시에 시작되면 코리안 타임의 고질병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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