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단단히 뿔이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2일 뉴햄프셔에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타운홀 미팅을 하면서 어려운 시기가 오면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맨다면서 예를 들어 주택 모기지를 갚을 길이 없으면 (레저용) 보트를 사지 않을 것이고, 대학입학금을 모으려고 하고 있다면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펑펑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평소 현란한 말솜씨를 뽐내던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요즘 같은 때 절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려다가 그만 말실수를 한 셈이다.
전국 평균을 웃도는 13%의 고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은 대통령의 말때문에 관광객이 모두 떨어져 나갈 판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오스카 굿맨 라스베이거스 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바마 대통령은 라스베이거스의 친구가 아니며, 만일 그가 우리 시를 방문한다면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이 이처럼 분을 삭이지 못하는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의 `라스베이거스 때리기’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1년전 인디애나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기업들은 구제금융을 받아서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가거나, 기업용 전용기를 구입하는 일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는 것.
라스베이거스가 속해 있는 네바다주의 연방 의원들도 오바마 대통령 비판에 가담했다. 이들 의원은 네바다주가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네바다의 주력 산업인 관광과 카지노를 겨냥해 `악담’을 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네바다 출신인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나 같으면 관광객과 기업인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쓰기를 바랄 것이라고 했고, 셸리 버클리(민주) 하원의원은 열심히 번 돈을 언제, 어디에서 쓸지는 미국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오바마 대통령은 제발 내버려 두라고 가세했다.
공화당의 존 엔선 의원은 대통령은 자신의 말에 담긴 무게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는 다시 한번 라스베이거스의 휘청대는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드 원내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라스베이거스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하려했던 것이 아니다면서 미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곳으로 라스베이거스만한 곳은 없다고 파문진화에 나섰으나, 오바마 대통령과 라스베이거스의 `불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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