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불황의 시대, 한인 경제 중에서 건축업만큼 큰 타격을 받은 업종도 많지 않다.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버블에 힘입어 동반 급성장한 한인 건축업계는 매일 현장으로 달려가기 바빴다. 일거리는 몰려들었다. 2001년만 해도 98개이던 한인 건축회사 수는 활황의 기세를 타고 너도나도 간판을 내걸면서 다음해에는 156개로 늘었다. 그리고 200개를 넘어서 250개에 육박할 정도로 매년 건축회사가 늘어나며 호황시대를 만끽했다.
그러나 미친 듯 팽창하던 부동산 버블이 2005년 하반기부터 주춤하면서 건축경기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다 미국경제가 불경기로 본격적으로 접어든 2007년부터는 찬바람이 몰아쳐 살아남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한인 업체들 간의 제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 날림 공사 등도 추락에 한몫했다.
절반 이상의 건축업자들이 전업하거나 문을 닫았다. 아니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오하이오 주나 시카고 등지로 떠났다. 어떤 이들은 아예 보따리를 싸서 역이민을 결행하기도 했다.
겨울은 길고 길었다. 쓰러지고, 깨지고, 더 이상 버틸 힘마저 없었지만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올해 들어 실물 건축 경기가 오래간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건축인들은 묵혀 두었던 연장들을 다시 꺼내고 녹을 제거하며 현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주택과 커머셜 분야 리모델링 전문업체인 ARC 건축의 조셉 김 대표는 “올 봄부터 쇼핑센터나 콘도 등 커머셜 분야에서 일거리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건축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업계 사정을 전했다.
경기 활성화의 일등공신은 지난겨울의 대설이 꼽힌다. 사상 유례 없는 폭설이 워싱턴 일대를 강타하면서 주택은 물론 일반 상가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지붕이나 물받이는 물론 방수까지 건축 수리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조이너스 건축사(구 TRS 건축)는 “폭설 피해를 입은 주택이나 상가에서 수리를 요청하는 일들이 많아졌다”며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건축 현장의 분위기가 좋다”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은행 측과 협력해 융자 프로그램도 마련, 목돈이 필요한 한인들의 수리나 리모델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조짐도 건축경기의 재생을 돕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풀리고 495 벨트웨이 도로 확장 등 건설 공사 착공이 늘어나면서 건축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초부터 찾아온 봄바람이 금세 훈풍으로 바뀌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한인건축협회(회장 김성대)의 이상원 사무총장은 “봄이 되면서 종전보다는 견적서를 내는 일이 많아졌다”며 “다만 인건비나 자재비 상승 등의 요인이 발목을 잡고 있어 한인건축업계가 살아나는 데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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