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는 중년층 시청자들에게 주인공 가족의 막내딸 초롱이는 낯선 배우다.
어르신들에게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연기는 생짜 신인 같지 않아 기특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배우는 남규리(25)다.
"안 그래도 요즘 어른들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얼마 전에 식당에 갔는데, 때마침 ‘인생은 아름다워’가 방송 중인 거예요. 주인아저씨가 제 얼굴 한번 쳐다보고, TV 한번 쳐다보기를 반복하면서 긴가민가하시는데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요.(웃음)"
2006년 그룹 씨야로 데뷔해 아이돌 가수로 4년간 활동한 그이지만 젊은층이 아니면 그를 알기는 힘들다. 그런 그가, 연기 경력이라고는 2008년 영화 ‘고사’가 전부인 그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에 주조연으로 캐스팅됐으니 다른 연기자가 보기에는 무슨 복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두 달간의 ‘철판 출근 작전’과 악바리 근성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뭘 보고 저를 캐스팅해주시겠어요. 캐스팅해주실 때까지 두 달간 매일 제작사 사무실로 출근해 정을영 PD님에게 눈도장을 찍었어요. 운이 좋으면 연기 한번 해보라고 하시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면 못한다고 혼나기 일쑤였고 어떤 날은 PD님께 말 한번 못 붙이고 돌아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갔어요. 부르는 사람 하나 없는데 매일 출근해 연기 연습하고 기회를 주실 때까지 기다렸어요."
정성이 닿아 마침내 그는 초롱이 역을 따냈다. 그러나 진짜 험난한 길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저희 드라마 촬영장에 가면 다들 잠도 못 자고 대사를 외워요. 대사가 정말 많기 때문에 선배님들도 모두 외우느라 여념이 없어요. 저도 처음에 대본을 보고 너무 당황했어요. 한번 입을 열면 대사가 2,3장 분량인 거예요.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또 실생활에서 말을 해봤자 한정된 수의 단어를 반복해 쓰는데, 김수현 선생님의 대사는 길기도 한 데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단어와 표현이 많잖아요. 게다가 억양이 중요해 신경 쓸게 많죠. 야단 많이 맞으면서 눈물, 콧물 빼내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초롱이의 캐릭터를 체득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족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교 많은 막내딸의 한없이 밝은 성격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밝은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막상 초롱이 역을 맡게 되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초롱이는 목소리도 하이톤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애잖아요. 전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거든요. 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혀 ‘내가 할 역할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것을 못 이겨내면 다른 작품도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연습했습니다.
첫회 방송이 나간 후 김수현 작가는 그에게 ‘수고 참 많이 했다’고 했다.
"그 말씀 듣는데 눈물이 났어요. 잘했다는 말보다 더 감동적이었어요. 더 맛나게 잘해야죠. 연기 데뷔작인 ‘고사’ 때는 멋모르고 겁 없이 덤볐기 때문에 연기가 마냥 즐거웠고,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와서 보면 턱없이 부족했죠. 이 드라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요. 가수든, 연기든 제가 하는 일은 잘해내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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