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반구의 마지막 포인트 ‘끝은 새로운 시작’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 우리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남아공은 월드컵 준비로 한창이었다. 누구나 함부로 근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대륙 아프리카에 세계 65억이 새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지나 온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이곳으로 쏠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에 남아공의 월드컵 소식이 웬지 반갑다. 이런 의미에서 아프리카 마지막 여행지 남아공의 여정은 우리에게 색다른 느낌의 여행이 될 것 같다.
아프리카의 마지막 나라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여정은 너무 힘들었다. 새벽에 나미비아 국경에 도착하여 출국심사를 받는데 잠결에 일어나 차에서 내리면서 여권을 살피다가 넘어져 손을 다치고, 버스에서 담요를 준다는 사실만 믿고 준비 없이 탑승했다가 21시간을 버스에서 추위와 사투를 벌였다. 케이프타운에 도착하니 더 높이 솟은 빌딩과 도로 시설 등이 이전 나라들과는 매우 다르다.
론니에 일본인들이 잘 간다는 숙소 “켓 앤 무스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간다. 일본의 배낭여행 역사는 우리보다 많이 앞서있기에 일본 배낭 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숙소는 일반적으로 저렴하고 항상 검소하고 실리적인 일본인들의 일면을 볼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시티투어를 타는데 은찬은 16세 미만으로 50% 할인된 가격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신기하게도 식탁 테이블 같이 정말 평평하다. 그래서 테이블 마운틴이라고 불리는가 보다. 초고속 케이블카는 50여명을 태우고 2분 만에 1000m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케이프만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자그마한 로빈 아일랜드가 보인다. 199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1994년-1999년 20세기 마지막 남아공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가 갇혀 있었던 감옥이 있는 섬이다. 백인 중심의 정책과 국가 운영으로 흑인들이 차별을 받는 아파르트헤이트 즉, 인종 차별 정책에 대항하다 종신형을 선고 받고 26년을 이곳에서 온 청춘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아래에서 보면 테이블모양의 평평한 돌덩이지만 다양한 트래킹 코스가 있다. 트래킹을 하는데 이 돌산위에 흙이 모이고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하는데 아이들은 비용도 아끼고, 내려가며 보는 풍경이 멋질 것 같다며 걸어서 먼저 내려간다. 의미 있는 선택을 한 것 같아 대견한 생각이 든다. 케이블카로 2분이면 오는 거리를 1시간 30분이 걸려 직접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대하기는 아프리카 최남단의 테이블 마운틴을 당당하게 직접 두 발로 걷듯이 자신들의 앞길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그런 힘을 이번 여행을 통해 갖기를 원한다.
렌트카를 알아보니 홀리데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휴일에 더 성업인데 이곳은 정반대다. 도저히 연말연시라는 느낌이 없다. 휴일은 모두 가족중심으로 조용히 집에서 지낸다는 것을 실감하며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휴일 풍경에 우리 모두 아직은 적응이 되지를 않는다.
숙소에 있으니 반가운 얼굴들이 숙소로 들어온다. 잠비아 곰보카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한국의 3자매가 아닌가? 서로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른다. 우리가 배낭으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들은 트럭킹으로 내려 온 것이다. 대부분 아프리카는 안전등의 문제로 트럭킹이라는 패키지여행을 한다. 우리는 몸으로 직접 체험하기 위해 힘들게 배낭으로 왔기에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우리가 배낭으로 안전하게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케이프타운 ‘희망봉’으로 향한다. 렌트카가 힘든 우리 사정을 아시고 한 집사님이 4일 동안 운전을 해 주시고 가이드도 해 주셨다. 환상의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놀라운 것은 이곳의 레저 문화다. 바다를 활용한 활동으로 윈드서핑, 요트, 스킨 스쿠버, 연 근해 낚시 또한 육상을 활용한 자전거와 마라톤을 즐긴다. 물론 이런 부분을 누리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인들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의 별장이 많다고 하니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유럽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드디어 케이프 타운이 보이는 등대 앞에 멈춘다. 오늘이 2008년 12월 30일, 올 한해도 다 저물어 간다. 걸어 올라가면서 보이는 왼쪽 케이프 포인트의 멋진 해안 절경과 아프리카의 최남단을 알리는 이정표,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 등이 특별한 감회로 다가 온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는 남반구의 마지막 포인트 앞에서 ‘아, 아프리카의 끝이구나!’하는 마음이 든다.
한해의 마지막, 지구의 최남단 끝에 대하여 누구나 환상을 가진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말이 삶의 하프타임을 갖고자 이곳까지 온 나 자신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낀다. 2008년의 끝 지점, 힘들지만 수많은 도전의 시간들! 이 시점을 지나면 반환점을 돌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새로운 인생이 도전인가? 모험인가? 아니면 두려움인가? 지금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결단 앞에서 피하지 않고 도전하였고 지금 아프리카 대륙의 끝 지점에 우뚝 서 있다. 결과를 알 수 없기에 더 도전해 볼 만하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기에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던 근본 마음은 변치 않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거대한 아프리카의 최남단 ‘희망봉’ 앞에서 작은 점 하나로 서 있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보내는 희망과 격려의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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