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기 없는 월요일을 선포했다. 월요일, 식당과 학교 급식에 채소 메뉴를 많이 내 놓으라는 권장조치다. 상정했던 이의 말을 빌면 일주일에 하루라도 고기를 덜 먹으면 건강이 좋아 질 거란다. 마치 이 썩는다고 사탕 뺏는 어른 같다. 그러나 고기를 덜 먹음으로써 좋아지는 것은 지구의 건강이다. 그 혜택도 우리 자식들이 누리게 된다.
한 달 전 틱낫한 스님의 환경 책 번역을 마쳤다. 책을 옮기면서 도저히 끼니 마다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접시에 담긴, 육즙이 자르르 흐르는 먹음직스런 스테이크는 고향 땅 영숙이네 열 마지기 논이었다. 분위기 내던 술 잔 속에는 철수네 밭이 찰랑거렸다.
식품 농업 국제연합 2006년 발표에 가축용 축사가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고 나왔다. 온실가스 배출의 1/4이 고기 먹기에서 왔다. 축사와 도살장에서 나온 오물은 세계 수질 오염의 주범이다. 사료 재배를 위해 미국에서만 백억 제곱 미터 숲이 깎여 나갔다. 열대 우림도 벌목됐다. 열대의 숲은 지구를 시원하게 지켜주는 방어선이다. 지구 식물과 동물 대부분의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런 숲이 불에 타고 있다. 해피 소 해피 고기를 위해 인공 목초지로 환생하기 위해서.
우리가 키우는 수백만 톤 곡물도 사람이 먹으려는 것이 아니다. 곡식은 소에게 주고 인간은 그 고기를 먹는다. 곡물은 밥이 아닌 술이 되기 위해 재배된다. 2000년도 미국 옥수수재배 협회가 80퍼센트는 축산, 양계, 양어를 위해서 소비된다고 말했다. 10억 명이 비만을 호소하는 반면, 8천 4백억 명은 굶주려 죽어간다.
자, 이쯤 되면 고기 먹기는 내 살 먹기가 된다. 머지 않은 미래에 지구의 상태는 우리가 놀던 정겨운 초록 별이 아니다. 결국 자식들의 안식처를 내 손으로 부수고 있는 셈이다.
오늘 또 다시 풀 다듬느라 저녁준비 시간을 서두르게 생겼다. 그래도 좀 더 이 문명이 오래 지속 될 수 있다면 하찮은 나의 시간쯤이야 투자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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