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처럼 행동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눈만 감고 연기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실감 나는 맹인 연기를 한 배우 황정민의 말이다.
황정민은 이 영화에서 조선 중기에 활약한 전설적인 맹인 검객 황정학 역을 맡았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난을 일으키는 이몽학(차승원)과 한때는 동료였다가 조직의 향방을 놓고 나중에는 갈라서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최근 서울 강남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맹인이 되고자 노력하기보다는 극의 흐름과 캐릭터에 걸맞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맹인학교에서 하는 수업도 참관하고, 맹인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 노력해봐야 결국 흉내 내는 데 불과하잖아요. 황정학이 맹인이라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인물의 내면에 다가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 그는 구부정한 자세로 칼잡이다운 재빠른 동작을 보여준다. 여기에 기묘한 웃음소리와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도 눈길이 간다.
"검술은 신경을 써서 연기했고, 사투리는 녹음해서 반복해 들었어요. 나머지 추임새와 자세 등은 그냥 황정학이라는 인물로 계속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동작들이 많습니다."
연기자는 가끔 인물에 너무 몰입돼 과장하는 연기를 할 때도 종종 있다. 더구나 황정학이라는 인물은 맹인이라 눈으로 하는 연기가 불가능해 표정변화에만 의존할 가능성도 있었다.
황정민은 영화에서 적어도 그 같은 무리수를 둔 것 같지는 않다. 너무 무미건조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은 살리는 선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찾은 것이다.
"중요한 건 감정을 처음부터 어떻게 끌고 가서 나중에 한 방에 터뜨리느냐 예요. 그렇게 감정을 끌고 가는 게 솔직히 가장 어려웠습니다. 표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동료와의 호흡을 물으니, "차승원 씨와는 처음 해봤는데, 아주 좋았다. 뛰어난 연기자라 호흡이 착착 맞아 촬영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다양한 영역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연기자 중 한 명이다. 작년에만 그가 출연한 영화 ‘그림자 살인’과 ‘오감도’가 개봉했고, 드라마 ‘그저 바라만 보다가’에 출연했으며 뮤지컬 ‘웨딩싱어’, 연극 ‘웃음의 대학’에도 주연으로 나왔다.
"배우는 쉬면 바로 백수입니다. 연기할 때에야 비로소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잘살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가끔 공항에서 출입국신고서를 쓸 때 직업란에 배우라고 쓰기가 민망할 때가 있어요. 집에서 놀고 있는데 배우라니요? 그래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웃음)
현재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있는 ‘부당거래’에 출연 중인 그는 벌써 차기작이 정해졌다고 한다.
그는 "기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며 "어떤 특정 세력이 나라를 전복시키려 하는데 기자가 그러한 위기를 해결한다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한 달 정도는 사회부 기자로 현장을 경험하려고 합니다. 아직 저만 캐스팅돼 영화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밝힐 수 없지만, 신인 감독님이 연출하는 영화예요."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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