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가로숫길에 위치한 한 막걸리 주점에는 유독 여자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일본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가수 박효신이 올해 초 문을 연 곳으로 알려지자 저녁 시간에는 입구에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건대입구 ‘맛의 거리’에 위치한 한 막창 전문점에는 화환이 즐비했다. ‘채식주의자 김제동’, ‘버라이어티 막창정신 MC몽’ 등 동료 연예인들이 보낸 화한의 축하 문구도 기발했다. 이곳은 리쌍(개리, 길)이 운영하는 곳으로 두 멤버는 스케줄이 없을 때마다 틈틈이 가게를 지킨다.
가수들이 부쩍 ‘부업’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요식업으로 성공한 대표 가수는 4년 전 압구정동에 요리주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논현동에서 사골부대찌게 전문점까지 운영 중인 심태윤이다. 또 홍대와 강남 등지에서 힙합 클럽을 운영한 양현석, 압구정동에 클럽을 연 구준엽을 비롯해 인터넷 쇼핑몰 창업자는 백지영과 쿨의 유리, SS501의 박정민 등 숱하다.
최근에는 윤건과 윤종신이 각각 효자동과 평창동에 커피전문점을, 원타임의 송백경과 오진환이 신사동 가로숫길에 일본식 카레전문점을, DJ.DOC의 이하늘이 인천에 실내 포장마차를 열었다.
이들이 부업을 선택한 계기는 제각각이다.
리쌍 소속사 관계자는 "대구에서 막창을 맛본 리쌍이 ‘서울에서도 가격 부담없는 막창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침 고기 유통업을 하는 지인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박효신 소속사 관계자는 "박효신씨의 어머니가 전라도 분인데 요리 실력이 일품"이라며 "특히 전과 튀김 솜씨가 뛰어나서 어울리는 술인 막걸리를 파는 프랜차이즈 주점을 열게 됐다. 박효신씨의 전 매니저가 함께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요 관계자들은 가수들의 부업 바람은 음반 시장 불황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풍토라고도 할 수 있다.
사골부대찌게 전문점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막 시작했다는 심태윤은 "음악을 평생 하려면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하다"며 "요식업에서 번 수익으로 재즈 기타리스트 등 비주류 장르의 음반 제작도 하고 있다. 음악을 만들어 들려줄 때, 요리를 만들어 맛보게 할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기쁨이 같더라"고 웃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도 "1990년대는 음반 수익만으로 음악 생활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2000년대 들어 음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그로 인해 인기와 나이를 막론하고 재테크 차원에서 요식업, 의류업, 웨딩사업 등의 부업에 뛰어드는 가수가 많아졌다. 가수뿐 아니라 음반제작자, 매니저들의 부업도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수들이 모두 창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라는 것만 믿고 시작했다면 사업 초기에는 이름만으로 고객을 끌 수 있지만, 상응하는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수반되지 않으면 금전적인 실패를 맛보기 십상이다.
이동식 차량으로 여의도에서 일본식 요리를 판매하는 한 댄서는 "특히 요식업은 맛과 친절이 중요하다"며 "맛있다는 소문이 나자 점심 시간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유명세보다 직접, 세심하게 고객의 니즈(Needs)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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