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죽은 아이를 이젠 가슴에 묻으라고 하는데 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작년 11월 신종플루로 일곱 살 외아들을 잃은 지 반년이 지났지만 탤런트 이광기(41)는 아직은 아들 석규를 가슴에 묻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광기는 3일 서울 영등포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마련된 아이티 돕기 경매 행사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아들에 대해 "그렇게 착하고 어린 아이를 아직 가슴에 묻고 싶지 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가 필리핀에 있을 때 일이에요. 한국으로 전학오기 전 다니던 현지 학교에서 작별인사를 한 뒤 빈 교실에서 아이들의 가방을 뒤지고 있더라고요. 알고보니 친한 친구들의 가방에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를 몰래 넣어주고 있었더군요. 이렇게 착하고 순수한 놈(아이)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이광기는 아들이 숨진 뒤 월드비전을 통해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펼치며 아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죽은 아들과 같은 나이인 일곱 살의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아동들을 후원해오고 있으며 아들의 보험금 전액을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 사람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작년 2월에는 아이티 현지로 건너가 직접 구호활동도 펼쳤었다.
그가 아이티 돕기 경매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아들 석규에게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서"다. "아이티 구호 현장을 다녀오고 나서 그곳의 아이들이 눈에 밟혀 견딜 수 없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이번 전시회에는 월드비전과 함께 석규의 영어 이름인 ‘케빈’이 주최자로 명시돼 있다.
"처음 아이티를 갔을 때 충격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걱정이더군요. 아마도 수많은 어린이가 지진으로 일순간 하늘나라에 올라갔을 텐데, 그 아이의 부모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이도 사고로 하늘나라에 갔지만 많은 분이 격려와 위로를 해주셔 견딜 수 있었거든요. 내가 아이티를 위해 무언가 해줄 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화가 이승오 씨와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아 준비한 경매 행사에는 이런 그의 뜻에 생각을 함께한 화가와 동료 연예인들이 대거 참가한다.
국대호, 김무준 작가 등 전문작가들의 작품 50여점과 영화배우 하정우, 구혜선, 가수 나얼 등이 그린 미술작품, 탤런트 박상원이 촬영한 사진 작품이 경매 물품으로 제공됐으며 서울옥션은 대관 및 전시, 경매 진행과 함께 자체 보유 판화작품 100여점을 내 놓았다.
경매에는 석규 군이 아버지의 얼굴이라며 직접 그린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도 판매되며 350명의 한국 아이들이 아이티의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들이 대형 현수막으로 제작돼 전시장에 내걸린다. 행사 수익금은 모두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티 재건복구 사업에 쓰인다.
"구호물자를 보내는 손길은 여전히 많지만 최근 들어 치안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하더라. 세계적으로 워낙 큰 사고들이 많다 보니 아이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 걱정이다"며 관심을 호소하는 그는 "사람들 사이에 나눔의 문화가 더 널리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아이티 분들이 열심히 일어나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와 우리 가족들이 빨리 일어나 건강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제 모습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이 참여해 나눔을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작은 씨앗들이 모여 큰 결실을 이루듯 나눔이 점점 퍼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