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월드컵 축구다. 북한에서도 TV(조선중앙TV)중계를 한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44년만에 북한이 출전했으니 당연하다고? 아니다. 북한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TV중계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생방송은 아니다. 시간을 줄여 재편집한 녹화중계다. 달라지지 않은 건 또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중계권료를 안냈다. 그러나 불법은 아니다. 아시아방송연맹(ABU)은 북한의 월드컵 중계가 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TV의 중계방송에 등장하는 용어들이 재미있다. 순우리말 위주인데도 영어용어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에겐 외국말처럼 들릴 정도다. 다음은 한국-그리전(12일) 이틀 뒤인 14일 조선중앙TV의 녹화중계에서 해설자(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교수)가 했다는 ‘멘트들’이다.
"…그리스 방어수들이 키가 186, 185㎝로 다 높은 키들인데 정확히 맞추지를 못하고 14번 방어수 이정수 선수가 잘 들어가면서…박지성 선수가 공을 가로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몰고가서 문지기까지 빼돌리고 골…기성용 선수는 나이가 21살이지만 공 다루기가 좋고, 경기의식도 좋고, 볼차기도 잘하는 방어형 중간 방어수…"
이 정도는 약과다. 생소하지만 금방 알아챌 수도 있다. 그러나 가슴연락(가슴을 이용한 패스), 통골(골키퍼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들어가는 골), 금골(골든골), 가운데몰이꾼(센터포워드), 팔방돌이(멀티플레이어), 조연맹전(조별예선 또는 조별리그), 2단계1선(2라운드 첫경기, 즉 16강전) 등 한참 들어도 감잡기 어려운 용어들이 수두룩하다. 그밖의 주요 용어들은 다음과 같다.
문지기(골키퍼), 오른쪽/왼쪽날개(라이트/레프트윙), 오른쪽/왼쪽방어수(라이트/레프트풀백), 중간방어수(미드필더), 공격어김(오프사이드), 손다치기(핸들링), 머리넘겨차기(오버헤드킥), 가로막대(크로스바), 축구문(골포스트), 멈추기(트래핑), 가운데몰이꾼 또는 중간공격수(센터포워드), 벌차기(프리킥), 중앙으로 꺾어차기(크로스), 11m차기(승부차기), 공몰기(드리블), 경고표(옐로카드), 구석깃발(코너플랙), 머리받기(헤딩, 헤더), 에워싸기(협력수비), 책임감독/책임지도원(감독), 감독/지도원(코치).
한편 한국에서도 1970년대 후반 한때 우리말 용어쓰기 시책에 따라 축구중계에서 자유축(프리킥), 구석차기(코너킥), 벌칙구역(페널티 에어리어) 등이 쓰여졌으나 얼마 안가 흐지부지됐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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