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에는 별로 많은것을 넣지도 않습니다. 그저 반으로 자른 사과 한개 커피 한 머그 그리고 물 두어병이 고작입니다. 그래도 그 백팩을 메지 않으면 공연히 허전하고 무언가 빠진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차리고 가까운 산행을 하기 시작한 게 서너해 됩니다.
오래전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입니다. 남편은 아침에 골프채를 메고 나가면 저녁 느즈막히 돌아오곤 했습니다. 아무리 피곤한것 같아도 골프 갈때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한번은 제게 “늙어서 부부가 함께 할수있는 운동은 골프밖에 없어”라더니 그후로 제게 골프를 배우라고 재촉을 합니다. 말하자면 노후대책으로 골프를 배우라는 겁니다. 본래 운동이라면 줄넘기 안에도 잘 못들어갑니다. 그래도 마침 회사에서 그룹 골프레슨이 있다고해서 레슨을 받고 필드에도 나가 보았습니다. 골프를 치는건지 자치기를 한건지 둥게다가 집어 치웠습니다. 첫째는 아이들 핑계였습니다. 수영팀, 야구팀, 정구팀, 피아노레슨…. 이건다 누가 데려가고 데려 오느냐고. 꼭 핑계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돌봐줄 사람이나 운전을 해줄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내 늙어서 할일 없으면 집에서 책보면 되지 혼자 골프치러 나가도 암말도 안할테니까” 그래서 내게 기대한 남편의 노후대책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산행은 참으로 좋은 노후대책입니다. 더구나 운동신경이 둔한 내게는 안성 맞춤이요 돈이 많이 드는것도 아니고 골프처럼 앞사람 뒷사람 눈치볼 필요도 없구 스트레스 받을것이 전혀 없으니까요. 들풀들과 나누는 대화, 우거진 숲속, 때로는 황량한 벌판, 둘이 걷지만 혼자 걸어도 전혀 외롭지 않은 참으로 좋은 자연과의 친구가 됩니다.
샤핑센터에 가면 30분만 걸어도 발바닥에서 불이나고 빨리 빠져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산행을 가면 몇시간을 걸어도 발바닥도 별로 안아프고 피곤해도 기분이 좋은게 내게는 딱 맞는 노후대책인것 같습니다. 샤핑센터도 골프도 아닌 산행 노후대책, 값싸고 건강주고 혼자 상상의 날개, 하나님과의 대화, 자연과의 속삭임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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