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인생 50여년. 하염없는 세월에 꺾이고 굽을 만도 하지만 그의 소리 힘은 여전히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부채가 활짝 펴지면 숨소리조차 멎는 적막을 타고 그의 소리는 영원의 우주로 달려가다 적념의 꽃으로 피어났다. 재담으로 풀어내는 이 소리꾼의 아니리는 가슴 속 깊은 한을 떨어내는 맥놀이가 되고 혼곤한 우리네 삶의 흥취가 되었다.
‘2010 전통문화예술축제’가 26일(일) 조지 메이슨대 해리스 극장(Harris Theater)에서 두 차례 열렸다. 조지 메이슨대 코리안 센터 설립 기금 마련을 위한 이날 공연에서는 한복의 우아한 맵시와 오묘한 소리, 그리고 전통 무용가들의 춤이 어우러지며 워싱턴의 가을을 삼색으로 물들였다.
이경화(경남정보대 외래교수) 무용단은 소고춤으로 공연의 막을 연 후 산조춤, 부채춤, 북춤에 태평무의 우아함으로 객석을 매혹시켰다.
무용가 이영아(조지 메이슨대 객원교수)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연과 연줄의 관계로 풀어내는 창작무용 ‘연’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얽힌 마음자락을 날려 보냈다.
원나경(국악학교 강사)은 해금 창작곡과 경기민요 연곡을 독주하며 아련한 이음(二音)의 매력으로 무대 너머 세계의 잠든 감성을 일깨웠다.
장구 반주로 독주자들의 쓸쓸함을 밀어내준 임현빈(남원 시립국악단)은 또 다른 진귀한 연주자였다. 그는 장구로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고 때론 고수로 소리꾼의 열정을 북돋워주었다.
역시 하이라이트는 당대 최고의 명창 안숙선과 대금의 명인 원장현의 무대였다. 원장현(국립국악원 지도위원)은 6줄의 거문고를 자유자재로 뜯으며 웅숭깊은 한국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가 이어서 대금 독주곡으로 선택한 건 창작곡 ‘날개’와 ‘고향 가는 길’이었다. 그의 날숨이 대나무 관을 지나가면 한과 슬픔은 공명되어 청정한 소리로 신생돼 가을을 적셨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인 안숙선은 흥부가 중 박타는 대목을 열창했다. 긴긴 시간의 공력과 득음의 노고로 건져 올린 소리의 깊이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다 구성진 재담을 펼쳐내면 희극 무대가 따로 없었다. 연신 웃음보가 터져 나오고 객석의 귀 명창들은 ‘얼쑤’ ‘좋다’란 추임새를 연발하며 대가의 소리를 마음껏 즐겼다.
이번 국악과 전통예술의 향연은 무용가 이영아의 ‘살풀이’ 춤과 원장현의 대금 시나위(사진)가 동행하며 막을 내렸다.
조지 메이슨대 한국학 연구소장인 노영찬 교수는 “한국의 귀한 예술가들이 펼쳐낸 춤과 소리와 음악은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코리아센터 건립을 위한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공연자들과 관객들에 감사를 보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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