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해결의 열쇠, 바로 우리가 책임집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가주 일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살인 등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건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LA카운티 셰리프국 과학수사대 요원들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수집한 모든 증거물들을 최첨단 장비를 이용, 과학적으로 검증해 범죄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 카운티 세리프국 과학수사대에는 현재 한인 요원들이 4명이나 활약하면서 범죄 해결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칼스테이트 LA 캠퍼스내에 위치한 셰리프국 과학수사대 본부를 찾아 첨단 과학수사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최첨단 장비로 지문·DNA 등 감식
사진분석 전문가 등 한인 4명 맹활약
■티끌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LA카운티 과학수사대와 현장 감식반이 위치한 허츠버그-데이비스 과학수사센터 건물은 과학수사물인 ‘CSI’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범죄 현장 감식을 위한 ‘디지털 이미지 분석 유닛’과 ‘자동화기 감식반’, ‘DNA 감식’이 이뤄지는 생물 및 화학 연구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흔적이나 자취에서도 범죄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트레이스(trace) 감식반과 문서 감식반, 그리고 방화 조사반 등이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현재 LA셰리프 과학수사대는 칼스테이트 본부를 포함해 지문 작업과 현장 수사요원들이 상주하는 LA북동 오피스 및 팜데일 오피스, 그리고 혈흔, 음주 및 약물 관련 전문가들이 상주하는 다우니 오피스 등에 총 300여명이 과학수사 전문요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과학수사대의 멜빈 카바나프 수퍼바이저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털끝 하나라도 DNA 검식반을 거치면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가바나프 수퍼바이저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한 살인사건에서는 평범한 비닐봉지가 범죄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누군가가 피해자의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 질식사시킨 사건이었는데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비닐봉지에서 지문과 DNA 샘플을 추출해 철저한 분석 작업을 거치는 한편 다른 증거물들과의 일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
■1,000억분의 1의 확률을 쫓는다
LA 셰리프국 과학수사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 중 하나인 ‘DNA 검식반’. 이곳에서는 과학수사대에서 가장 많은 인원인 60여명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머리카락, 혈흔 등을 분석 작업을 거쳐 용의자의 샘플과 비교하여 범인의 진위를 가리는 작업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되고 있었다.
감식반 전문가들에 따르면 범죄자와 다른 사람과의 DNA가 일치할 확률은 1,000억분의 1도 안되며 DNA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소 2주간의 면밀한 분석과 대조 감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트레이스 감식반에서는 범죄현장에서의 자동차 타이어의 흔적과 같은 단서는 물론 공문서 및 서명위조를 귀신같이 밝혀내고 지폐 진위 여부를 정밀하게 감식해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검사까지도 담당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LA셰리프국 과학수사대에는 범죄에 사용됐던 6,000여정의 총기가 증거로 보관이 되어있어 범죄 해결에 소중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범죄 분석을 책임지는 한인 요원
현재 LA셰리프국 과학수사대 본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전문가들은 3명. 여기에 베벌리힐스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한인 요원까지 합치면 총 4명이 범죄 해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사건 현장 사진을 분석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리처드 권(한국명 권도웅)씨는 디지털 이미지 유닛 스페셜리스트이며 이밖에 자동화기 분석 본부에 근무하는 김모씨와 문서감식반의 여성 전문가인 이모씨 등 한인 스페셜리스트들이 각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처드 권씨는 “총 1만8,000여명의 LA셰리프국 수사관들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6,000여명이 각종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며 “앞으로 범죄자들의 지능범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과학수사대의 수사 인력 확대와 첨단장비의 발달로 범죄는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LA카운티 과학수사대의 멜빈 카바나프 문서감식반 수퍼바이저가 위조지폐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할리웃 유명인사 필 스펙터 사건 해결”
사진 전문가 리처드 권씨
“여성 모델을 총격 살해한 필 스펙터 케이스도 함께 해결했지요”
LA카운티 셰리프국 과학수사대의 한인 요원들 중 한 명인 리처드 권(한국명 권도웅)씨는 디지털 이미지 유닛에서 사진 전문가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다.
권씨는 “범죄 사진 스페셜리스트는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건이 발생하면 범죄 현장에 출동하여 사진을 찍는 것이 주요 업무가 아닌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찍은 사진과 증거자료를 스튜디오에서 재촬영하여 수사관들이 증거자료를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자료들을 디지털파일로 저장하는 이미지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며 “또한 범죄수사 업무 이외에도 셰리프국 홍보 포스터제작, 졸업식, 은퇴 및 임직식 등 셰리프국 구석까지 모든 업무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 스페셜리스트가 담당하고 있는 증거물 재촬영을 통해 ‘미디어 시스템’ 폴더에 저장된 파일은 현재 LA카운티 150여개의 수사기관과 함께 공유하여 범죄수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할리웃의 유명 음반 프로듀서인 필 스펙터가 여성 모델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된 사건을 2008년 피해자의 가방, 신발, 의자 등의 혈흔과 총쏘는 각도를 사진으로 재구성해 결국 재심에서 살인 유죄를 입증한 케이스도 권씨가 활약한 디지털 이미지 유닛의 작품이었다고.
매일 끔찍한 사망자 사진과 피범벅이 된 증거물들을 보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를 범죄 해결을 위한 사명감으로 극복했다는 권씨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현장에 나가 수사를 해보고 싶다”며 “과학수사의 발전과 더불어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A셰리프국 과학수사대 포토 디지털 이미징 유닛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 권도웅 스페셜리스트가 과학수사대 스튜디오에서 증거품 조사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글 김철수·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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