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슈, ‘서티파이드 카피’로 두번째 내한
쥘리에트 비노슈는 1980-1990년대를 풍미한 프랑스의 여배우다. 레오 카락스의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대 무용 등 전방위 에술가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올해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서티파이드 카피’(Certified Copy)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작년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과 함께 처음 내한한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비노슈가 12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부산에 온 이유에 대해 김동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그간 와 달라고 제안했고 "이번이 위원장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을 볼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티파이드 카피’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감독님으로부터 여러 차례 테헤란을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서방과 중동과의 관계가 좋지 못해 고민했지만 직접 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는 감독님의 말을 믿고 갔습니다. 막상 감독님 댁에 갔더니 약간 부담스러웠죠. 집에 남녀 두 명만 있는데다가 그 두 명의 관계가 배우와 감독이면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말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예술’과 ‘우정’이라고요. 감독님도 그걸 원하신다고 했고, 우리는 흉금 없는 우정을 나눴습니다."(웃음)
영화는 진짜와 가짜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제임스 밀러(쉬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아트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녀’(비노슈)를 만나 투스카니 관광에 나선다. 식당에서 부부로 오인받은 그들은 이후 부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임을 벌인다. 장난처럼 시작한 게임으로 인해 둘은 싸움까지 하면서 역할극에 급속도로 빠져든다.
비노슈는 이 영화에서 영국의 바리톤 가수 출신의 윌리엄 쉬멜과 호흡을 맞췄다. 쉬멜이 연기에 처음 도전해서 비노슈가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쉬멜의 연기에 대해서 감독님이 저보고 책임지라고 했어요. 연기를 처음 해보는 배우라 처음에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긴장하더군요. 그런데 놀라웠던 점은 2주 만에 대단한 배우로 변했다는 점이예요. 카메라 앞에서 활기차게 연기했습니다."
쥘리에트 비노슈는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례적인 배우다. ‘블루’로 베니스영화제를, ‘잉글리시 페이션트’로는 베를린영화제를, ‘서티파이드 카피’로는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상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학창시절에 상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항상 꼴찌였죠. 상을 받으니 기분은 좋더라고요. 상이라는 게 재밌어요. 마치 돈을 추구하는 것처럼 상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언젠가는 모든 걸 잊어야 합니다. 마음을 다해 연기한다면 상 받는데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상 자체는 좋은 거죠. 하지만, 그걸 목표로 추구하지는 않아요."
비노슈의 연기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감독들과의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빨간 풍선’을 함께 한 허우 샤오시엔, ‘서티파이드 카피’의 키아로스타미는 세계적인 거장이다. 그 둘의 작업방식은 달랐지만, 그녀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해 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은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하시죠. 그래서 어떤 장면을 찍을 때 장소 자체를 중시하지 카메라 속에 비친 제 위치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 쓰지 않으십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정확하고 자세하게 찍으시는 편이세요. 사진작가 출신이어서 실험적이고 멋진 장면을 연출하십니다."
상업영화와 대중영화를 가리지는 않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저는 자연을 좋아합니다. 어떤 영화들은 제가 오염될 것 같아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들도 있어요. 아시아 영화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에 서양인들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에는 비판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만드는 용감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부산=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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