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커런츠 심사위해 한국 찾은 와다 에미
"의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직물의 질감인 것 같아요. 영화는 질감을 전달하는 힘있는 매체입니다. 저는 질감을 어떻게 잘 전달할까 고민하죠."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와다 에미(73)는 13일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뉴커런츠는 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아시아 신인감독 발굴을 목표로 내건 섹션이다.
와다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의상 감독이다. 1986년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았다. 1992년에는 줄리 테이머 감독의 TV 오페라 ‘오이디푸스 렉스’로 에미상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로사와 아키라, 오시마 나기사 등 일본 거장 감독뿐 아니라 피터 그리너웨이, 프랑코 제피렐리, 장이머우(張藝謨) 감독 등 수많은 거장과 손발을 맞췄다. 주로 영화 미술과 화면구도에서 유별난 재능을 보였던 연출자들이다.
"뛰어난 감독들이었지만 함께 작업하면서 한 번도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의견이 달라서 충돌이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인연’(2003), ‘검우강호’(2010)와 같은 중국 영화뿐 아니라 그는 한국 영화와도 인연을 맺었다. 정우성ㆍ김태희 주연의 ‘중천’(2006)에서다.
"한ㆍ중ㆍ일 삼국은 비슷한 문화권입니다. ‘중천’은 한국적인 요소도 있지만 중국적인, 일본적인 부분도 있어요. 삼국 전체를 관통하고 있죠."
한국 전통의상에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한국 전통의상은 움직이기 좋고 편하다. ‘영웅’(장이머우 감독) 같은 영화에서는 액션이 중요해 활동하기 편한 한국 전통의상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의상이란 "시나리오 안에 표현된 것과 실제 배우를 잇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 같은 작업을 통해 표현된 의상을 가장 잘 표현한 배우는 누구였을까.
"’백발마녀전’(1993)의 장궈룽(張國榮)과 ‘프로스페로의 서재’(1991)의 존 길구드 경이 가장 멋졌어요. 특히 길구드 경은 당시 86세였는데 무거운 의상이었음에도 아름다우니 그냥 입겠다고 했죠. 인상적이었습니다."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의상을 통해서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T셔츠 한장에 불과할지라도 그 안에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50여 년간 20편의 영화에서 의상을 감독한 와다는 장 콕토의 흑백영화를 보고 영화 의상에 반했고,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의상의 힘을 발견했다고 한다. 미적 감각을 키우고자 세계 미술관을 주유하고 미술 책을 통달할 정도로 보기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영화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물어봤다.
"올해 심사위원으로 있으면서 13편을 봤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이 한국영화였어요. 한국 영화인에게는 재능이 응축돼 있고 작품도 대단히 힘차요. 가까운 시일 안에 깜짝 놀랄만한 영화가 나올 걸로 기대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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