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유치원 입학과 함께 서서히 살이 빠졌다. 또 운동량에 비해 많이 피곤해하고, 무엇보다도 소변량이 주체를 못할 정도로 많아 졌을 때, 우리 부부는 소아과를 찾았다. 피검사를 하라는 소리를 듣고 소아과에서 종합병원으로 가는 20분 동안 차속에서 우리부부는 멀게만 느껴지던 그 길을 갔던 게 생각난다.
소아과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검사결과가 소아당뇨로 나왔다며 벌써 약속을 해놓았으니 다음날 LA Children’s Hospital로 가보라고 하였다. 그 전화를 끊으며, 우리 부부의 입에선 동시에 감사의 기도가 터져 나왔었다. 당장 어떻게 되는 게 아니고 조심하며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질병이니… 아이가 우리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이유가 충분했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책임감강한 아이의 성숙함 덕분에 큰 탈 없이 여기까지 온 것도 다 은혜다.
처음엔 매 두 시간마다 당수치 체크를 할 때, 나오는 수치에 연연하여 높으면 높아서, 낮으면 낮아서, 기분이 춤을 춰 정신이 없을 때가 많았다. 먹는 탄수화물을 계산하여 인슐린 약을 주사하는 과정에서 내실수로 계산이 잘못될 때는 당장 아이가 어떻게 되지 않는걸 뻔히 알면서도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한창 자라는 아이라 밤새 매 두 시간마다 체크하느라 지난 8년 동안 밤잠을 제대로 못잤다. 그러나 몸이 피곤의 극에 달해 어쩌다 한번 자버렸는데, 하필 그날 다음날 아침에 수치가 안좋으면 하루 종일 얼마나 나를 자책했었는지 모른다. 소아당뇨의사가 늘 해주던 말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여야 하니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단다. 아이의 당수치가 높고 낮은 이유를 5초안에 생각해 낼 수 없으면 잊어버리고 넘어가라 했다.
이제는 자그마한 숫자에만 연연하지 않을 정도의 내공(?)이 쌓였고, 아이가 점점 독립하여 혼자서도 탄수화물 계산이며 주사도 혼자 놓고, 특히, 요새는 요동치던 사춘기의 성장 호르몬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갔는지, 지난여름의 예상할 수 없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수치에서 진정을 해서 훨씬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다.
한 번의 치료로 단번에 완치되는 게 아니라 매순간을 의지해야하는 평생 안고 가는 불편한 가시가 아이의 몸에 있음에 감사한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주신 기도의 끈이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