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화재, 불시착 등 ‘전선’ 뚫고 방러
’호랑이 보호’ 행사 위해 방문
’터프가이’로 통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23일 러시아를 처음으로 방문한 미국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진정한 사나이’라고 치켜세우며 각별한 관심과 친밀감을 표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호랑이 보호를 위한 국제포럼’에 참석한 푸틴 총리는 환영연설을 통해 행사에 참석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사의를 표한 뒤 디카프리오를 특별히 지목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디카프리오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회원이자 호랑이 보호를 위한 ‘세이브 타이거스 나우(Save Tigers Now)’ 캠페인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그는 세계 13개국 지도자와 동물보호운동가 등이 21~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호랑이 보호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디카프리오는 이 포럼에서 100만 달러를 WWF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의 최대 화제는 사선(死線)을 넘나든 디카프리오의 러시아 여행담이었다.
디카프리오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상트페테르부르크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원래 그가 타고 출발했던 델타 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엔진에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비행 중에 엔진을 끄고 불을 잡은 뒤 다시 엔진을 가동해 뉴욕 공항으로 회항하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이 사고를 넘긴 디카프리오는 그래도 회의 참석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소형 전세기를 타고 러시아로 출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전세기가 비행 도중 험한 기류를 만나 연료가 예상보다 일찍 떨어지면서 핀란드 헬싱키에 비상 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디카프리오는 연료를 보충한 전세기를 타고 간신히 러시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설 도중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 ‘모험담’을 상세히 들려준 푸틴 총리는 "디카프리오가 전선을 뚫고 페테르부르크로 왔다"고 소개하며 그를 불러 세워 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푸틴 총리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런 일(엔진 화재로 회항한 것)을 겪고 나서 더이상 여행을 계속할 엄두를 못냈겠지만 디카프리오는 그렇지 않았다"며 "그는 진정한 사나이"라고 치켜세웠다.
총리는 이어 "호랑이 보호 임무가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의 손에 주어져 있으니 우리는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칭찬을 이어갔다. 그는 연설을 끝내고 연사석에서 내려와 회의실 좌석에 앉아있던 디카프리오를 찾아가 악수를 하는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푸틴 총리는 회의 뒤 저녁 시간에 디카프리오와 별도의 면담도 가졌다. 두 사람은 호랑이 보호 문제와 디카프리오의 여행담, 가계(家系)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디카프리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러시아인이었다"며 "나도 절반이 러시아인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항상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2년 전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불가능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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