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났으니 도망가야 되겠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서울의 한 주유소 직원이 보인 반응이다. 전쟁이 날까 두렵다기보다는 “또 시작이야”라는 말투다.
이런 태도는 대다수 한국인의 정서라 봐도 된다. 북한이 한국전 이후 처음 민간인 지역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잠시는 충격에 빠졌지만 곧 대한민국은 정상을 되찾았다. 피난민 행렬도, 사재기에 나선 시민도 없고 나라 전체가 평온한 모습이다.
신문 방송에서는 연일 이 뉴스 때문에 시끄럽지만 일반 시민들의 일상생활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하듯 개장 초 한 때 폭락하는 듯 했으나 곧 안정을 되찾았고 미미한 하락으로 끝났다. 일부 개인은 내다 팔았으나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이 저가 주식을 대거 매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위기 때마다 치솟던 원 달러 환율도 포격이 발생한 23일 역외에서는 달러 당 1,180대까지 폭등했지만 24일에는 1,140대로 전날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런 현상은 과거 북한에 의한 위기상황이 벌어졌을 때마다 시간이 지나면 환율은 내리고 주가는 오르는 것을 경험한 학습 효과 덕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시민들의 일상생활도, 증시도 아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계속돼 온 햇볕정책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천안함 사건 때까지도 정부 발표를 의심하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민주당도 이번만은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북한을 규탄하고 나섰다. 하기야 적군의 포탄에 민간인이 맞아 죽었는데 상대방을 두둔하고 이 나라 정부를 비판한다면 누가 이 나라 정당이라 하겠는가.
이번 북한의 도발은 천안함을 가라앉히고 영변 핵시설을 공개해도 한국과 미국의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이래도 가만 있을래?’ 하는 오기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간 잘 들어오던 돈줄이 막힌데 대한 분노와 위기 조성으로 국내 결속을 다지며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을 손쉽게 이룩하겠다는 수작인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번 사태로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남쪽에서 선심이나 쓴다고 개과천선하고 나아질 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당하고도 또 ‘햇볕’ 운운하는 사람들은 정신병원에서 감정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가깝게는 북한의 침략을 막아낼 굳건한 한미 동맹이고 멀게는 김정일 체제의 붕괴 이외에는 없다는 것을 연평도 폭탄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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