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하는 ‘벌레스크 라운지’ 여주인 역 테스(셰어).
뮤지컬 ‘벌레스크’
테스 역 셰어
지난 24일에 개봉된 화려한 뮤지컬 ‘벌레스크’(Burlesque)에서 춤과 노래와 익살극이 있는 벌레스크 쇼를 공연하는 클럽의 주인 테스로 나온 수퍼스타 가수이자 배우인 셰어(64)와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할리웃의 하드록 카페에서 있었다.
긴 흑발에 속이 비치는 짧고 투명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온 셰어는 조는 듯 슬픔에 젖은 듯한 깊은 눈을 분홍 아이섀도우로 강조하고 있었는데 64세답지 않게 젊어 보였다.
답변은 매우 짧았지만 명확했다. ‘문스트럭’(1987)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셰어는 1960년대 중반부터 유명 가수 보노와 짝을 이뤄 듀엣 ‘소니 앤 셰어’로 ‘베이비 돈 고’와 ‘아이브 갓 유 베이브’ 등 수 많은 히트송을 냈다. 보노는 후에 팜스프링스의 시장으로 선출돼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를 시작했는데 스키를 타다가 사고사 했다. 셰어는 현재 라스베가스에서 공연 중이다.
*영화에서 당신은 유일한 친구인 무대 매니저(스탠리 투치)의 조언과 함께 그로부터 때로는 야단도 맞으면서 정직한 삶을 깨우침 받는데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있는가.
-사실 내겐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내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은 내 여동생이다. 그리고 내 매니저와 에이전트 또 내게 자기 생각을 솔직히 얘기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테스는 투쟁형인데 당신과 같은 점이라도 있는가.
-내가 처음에 각본을 읽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내 뜻대로 고치는데 오래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역을 포기할 것까지 생각했으나 나처럼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결코 포기하지 않는 추진력을 갖게 돼 테스를 내 뜻대로 만들었다. 그런 것이 같은 점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투쟁정신은 어디서 오는가.
-난 그것을 늘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개성이 별로 뚜렷치 못한 테스를 영화 속의 테스로 바꿔 놓은 것은 바로 나의 이 투쟁정신 탓이다.
노래를 부를수록
내 근육은 강해져
목소리 우렁차죠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벌레스크’의 개념은 무엇이며 당신은 영화에서처럼 좋은 보스가 될 기질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유명한 쇼걸 집시 로즈 리의 삶을 영화로 만든 ‘벌레스크의 여자’(1943)를 어렸을 때 본 이후로 난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 영화는 우리 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멋있는 춤과 노래 그리고 유머가 많은데 진짜로 여자들이 벌거벗는 장면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는 좋은 보스다. 내가 순회공연을 할 때면 100여명이 날 위해 일한다.
*얼마 전 ‘소니와 셰어’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는데.
-그렇다. 소니와 나는 막 유행하기 시작한 로큰롤을 크게 유행시킨 장본인들이다. 우리는 정말로 다른 가수들과 달랐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전연 틀린 음악으로 시작했는데 우리가 부른 모든 노래는 소니가 작곡하고 제작도 했다. 우리는 유럽에서도 선풍을 일으켰었다. 영국에서 공연할 때 우리 모양이 하도 이상해 호텔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이튿날이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공연하곤 했다. 우리는 당연히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야 한다.
*어떻게 아직까지 그렇게 우렁찬 목소리를 지닐 수 있는가.
-여로분도 알다시피 나는 지금 3년째 라스베가스에서 공연 중이다. 음성은 근육에 의해 나오는 것이어서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강해지게 마련이다.
*영화를 만들 때 당신의 피후견인인 알리로 나오는 또 다른 유명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의 관계는 어땠는가.
-처음에 크리스티나는 나와 가까워지는 것을 다소 주저하는 것 같았다. 내게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점차 가까워졌고 서로 아주 편한 사이가 됐다. 우린 지금도 그런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여권 운동가인 당신은 요즘 많은 여자들이 보수화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그것을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 나도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이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불황에 빠진 요즘 사람들이 집을 차압당하고 있는 판에 오히려 부자들을 도와주는 정책을 지지하다니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
*당신은 살면서 절망에 빠질 때 어떻게 다시 일어서며 또 누가 당신을 그럴 때 도와주는가.
-나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매우 강하고 또 종교적이진 않았지만 영적인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내게 그런 영적인 느낌을 넣어주었다. 나는 티벳 불교신자이다. 그래서 난 나름대로 영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 있다. 내가 소니를 만났을 때 모든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난 비록 이혼은 했지만 불교가 내게 정말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난 세상에서 가장 엉터리 불교신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절망에서 깨어나게 해주고 또 내가 제 정신을 차리게 도와주고 있다.
*당신은 황소자리(1946년 5월20일 생)인데 그 때 태어난 사람들은 고집이 세고 주위의 아름다움과 의상을 사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신은 어떤가.
-그렇다. 난 고집이 엄청나게 세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또 아름다운 환경을 사랑한다. 난 내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난 집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집의 천장을 바라보는 것에서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각본에서 테스와 알리는 서로 대결의 관계로 쓰여졌는가.
-아니다. 처음에 알리는 내게 골칫거리여서 그에게 신경을 쓰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테스는 평생을 자기 쇼걸들을 돌보면서 보내 결국 오도 갈 데도 없는 측은한 알리도 보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얘기가 노래와 춤보다 먼저 쓰여졌는가.
-노래가 먼저 지어졌고 이어 그것을 둘러싸고 얘기가 만들어졌다. 얘기가 춤과 노래에 끼어들면서 이어 연기가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됐다. 그냥 어리석은 노래와 춤만으로 구성된 영화가 아니라 진짜 배우들이 진짜 얘기를 엮어나가는 작품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연기는 두 번째고 음악과 춤이 먼저다.
*당신의 어두운 면은 무엇인가.
-고집이 세고 때로 혼자 있기를 원하며 또 까다로울 때도 있다. 보통 때는 괜찮은데 일 때문에 너무 피곤하면 그렇게 된다. 그러나 나는 보통은 상당히 편안하고 쉬운 편이다.
*당신은 영화를 감독한 적이 있는데 다시 할 생각이 있는가.
-나는 HBO에서 방영한 작은 영화 ‘벽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을 감독했다. 다시 감독하고 싶다.
*왜 마지막 영화(1999년 작 ‘무솔리와 차를’)를 만든지 10여년이 지나서야 이 영화에 주연했는가.
-이 영화에 나온 것은 뮤지컬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였다. 스탠리 투치와도 일하고 싶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마미아’에서 노래를 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 때 난 순회공연 중이어서 출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해보고자 한 것이다. 요즘엔 뮤지컬을 별로 많이 만들지 않는다.
*1월에 베가스 공연이 끝나면 순회공연에 나설 생각이 있으며 새 앨범을 낼 예정인가.
-앨범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 그러나 그밖에는 미리 생각하고 싶지 않다. 미래의 계획을 짠다는 자체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누구 노래를 듣는가.
-솔직히 말해 난 라디오를 많이 듣지 않는다. 그룹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 가다 젊은 친구들이 날 찾아와서 자기 노래를 들어보라고 하지만 난 사실 그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소니와 부른 노래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
-‘아이브 갓 유 베이브’다. 그 노래는 우리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곡으로 우리에 대해 생각하면 그 노래가 자연 떠오른다.
*당신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이다. 여자가 화장을 하는 것은 단순히 피부적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다. 여자가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느낄 때면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자신감이 생기면 느낌도 좋아지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지게 마련이다. 자신감이야 말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다.
*회고록을 쓸 생각은 없는가.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많은 사람들이 죽어줘야 한다.
*어머니와 쇼 비즈니스의 우상이라는 두 가지 일에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가.
-그것에 대해 늘 생각한다. 모든 일하는 어머니들처럼 나도 늘 어느 한 쪽에 실패하고 있지나 않은가 하고 노심초사한다.
*늙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말 싫다. 늙는 것을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누가 늙는 것을 원하겠는가. 나는 계속 늙어 가는데 그럴수록 좋아지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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