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 그리핀 / 에릭 고든

11년만에 평균 20점-10R 데뷔 신인

리그 득점 7위·자유투 얻어내는 기계


LA 클리퍼스가 볼만하다. 5승18패 시즌 전적은 아직 형편없지만 신인 포워드 블레이크 그리핀과 3년차 슈팅가드 에릭 고든의 플레이는 정말 감탄할 만하다. 그들의 활약에서 희망이 보인다.

이 세상에 이런 5승18패 팀이 또 없다. 디펜딩 NBA 챔피언 LA 레이커스도 8일 그 점을 실감하고 갔다. 데릭 피셔의 ‘버저비터’가 들어가 준 덕분에 간신히 87-86 역전승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클리퍼스는 이번 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18승3패), 뉴올리언스 호네츠(14승7패), 오클라호마시티 썬더(15승8패) 등 강호만 골라 깨며 그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보여준 셈이다.

여하튼 올해 21세에 불과한 그리핀과 고든은 여태껏 클리퍼스에서 뛴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클리퍼스에 가장 좋은 팀 성적을 안겨줬던 대니 매닝과 엘튼 브랜드를 능가하는 재목으로 클리퍼스에도 마침내 수퍼스타가 생겼다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우선 키 6피트10인치, 체중 250파운드의 파워포워드 그리핀은 데뷔시즌부터 게임당 20.2득점에 11.8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신인왕’을 예약해 뒀다. 작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종합 1번으로 지명된 뒤 무릎부상으로 프로데뷔를 1년 미뤄야 했지만 당장 ‘더블더블’ 평균을 기록 중인 NBA 최고 파워포워드 중에 한 명이다.

평균 20점에 10리바운드를 돌파한 루키는 1999~2000년 시즌 게임당 20.1점에 10.0으로 턱걸이를 한 브랜드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브랜드를 그리핀과 같은 ‘괴물’로 착각했던 사람은 없고, 근육파 체구 때문인지 그리핀은 ‘유타 재즈의 전설’ 칼 말론에 가장 많이 비교되고 있다. “패스와 탄력이 더 좋은 말론”이 바로 그리핀이라는 것.

그리핀은 현재 리그 전체에서 최다 덩크 랭킹 1위며, 솟아오르는 스피드가 유달리도 빠른 게 특징이다.

그리핀의 약점은 성공률이 51.8%에 불과한 자유투.

고든은 미 대표팀 멤버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간 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서 돌아왔다. 원래 3점슛과 수비가 좋은 선수로 미 대표팀을 맡은 듀크대의 명장 마이크 슈셰프스키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등 NBA 수퍼스타들과 함께 뛰면서 자신도 그 중에 하나라는 자신감을 얻어 클리퍼스의 해결사로 거듭났다.

어깨가 떡 벌어진 고든은 이제 3점슛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상대 수비수가 쫓아 나오면 거의 막기가 불가능한 돌파력을 이용, 자유투를 쏟아내고 있다. 고든은 이번 시즌 자유투 시도가 게임당 9.3개로 리그 전체 2위다. 고든보다 자유투 시도가 많은 선수는 리그 전체에서 드와이트 하워드(올랜도 매직 센터)밖에 없다.

고든은 또 8일까지 게임당 24.3점으로 득점랭킹 7위에 올라있고, 10경기 연속 이어가고 있는 20점 돌파 행진은 코비의 15경기 연속에 이어 리그 전체에서 2번째로 긴 진행형 기록이다.

‘조연진’만 분발하면 거센 돌풍을 일으킬 클리퍼스는 앞으로 그리핀과 고든을 장기계약으로 잡아두는 게 숙제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워싱턴 내셔널스가 바로 내셔널스 신분이기에 다른 팀보다 훨씬 많은 돈(7년간 1억1,600만달러)을 내고 프리에이전트 외야수 제이슨 워스를 잡은 것처럼, 클리퍼스도 바로 클리퍼스이기에 ‘맥시멈 연봉’을 감수하고 이들을 무조건 잡아야 ‘만년꼴찌의 저주’가 마침내 걷힐 전망이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