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고 시절 병원에 입원한 친구들을 무척 부러워한 적이 있다. 침대에 누워 온갖 대우를 받으며 맛있는 복숭아 통조림을 마음대로 먹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에 나도 병원에 한 번 입원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어째든 그러한 어렸을 적 소원과는 상관없이 수십 년을 건강하게 잘 지내왔다.
그런데 올 봄, 몸에 이상한 증상이 느껴져 진찰을 받아 보니 뜻밖에 암 초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래도 미리 발견하여 어렵지 않게 치료 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는 말처럼 이런 마음을 갖고 나니 고통의 무게가 훨씬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한국학교가 학기 중이라 방학하는 날을 기다려 수술날짜를 잡았다. 마침내 수술이 끝나고 담당의사는 종양의 부위가 아주 작아 다행히도 약물치료는 안 받아도 되고 방사선 치료만 받으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사실 방사선 치료도 쉽지는 않았다. 한 달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는데, 잠시 쬐는 방사선은 사람의 몸을 지치게 하여 눈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마음이 약해지면 치료도 효과가 없고, 식욕도 감소되어 병을 이기지 못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수술하고 집에서 쉬는 동안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주셨던 우리교회 사모님과 성도님들, 그리고 나보다도 더 많이 걱정 해주고 기도해 준 나의 절친한 친구들이 하나같이 고마울 뿐이다. 어릴 적 소원이 이루어진 듯이 복숭아 통조림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한 주변 분들의 사랑이 병에서 회복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주변 분들의 도움과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치료도 무사히 끝나고 수술 전보다 오히려 더 건강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병의 아픔을 이기고 난 후 나의 삶에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다. 아픈 분들을 찾아가 그 분들이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희망을 주게 된 것이다. 살면서 고통스러운 일을 만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피할 수 없다면 먼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소망을 가지고 아픔을 이겨내자고 위로하는 일이다. 물론 수술 이전에도 한 번씩 그런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이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는 우선순위를 두고 무조건 달려갈 것이다. 왜냐하면 수술과 회복을 거치면서 내가 사랑의 빚을 참 많이 진 사람이라는 것을 더욱 깊이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받았던 ‘복숭아 통조림’을 또 다른 분들께도 나눠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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