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퀘이드가 주연으로 나오는 ‘내일 다음’(Day After Tomorrow’)이라는 영화가 있다. 기상학자인 그는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인류는 제2의 빙하시대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계 곳곳은 폭우와 폭설로 뒤덮이며 북반구 전역이 얼음 천지가 된다. 미국인들은 한파를 피해 떼를 지어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가며 대통령은 기상악화로 죽고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부통령은 멕시코 정부에 감사하며 멕시코에 임시 백악관을 마련하고 집무를 본다.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이 이야기가 요즘은 그렇게 황당해 보이지 않는다. 올 평균 기온은 지난 10년간 최고, 지난 100년으로 따져도 가장 더운 해의 하나였는데 지금 세계는 폭설과 한파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말이다. 뉴욕에서는 3대 공항이 모두 일시 폐쇄돼 수천 명이 발이 묶였고 유럽에서도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여행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남가주는 지난주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다.
한국에서는 올 초 기록적인 폭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에다 12월 들어서도 30년래 최대 폭설로 인천과 김포 공항에 경계경보가 내려지고 일부 노선이 취소됐다. 지구 온난화라면 겨울이 따뜻해져야 할 텐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와 폭설을 제트기류 탓으로 돌린다. 북극권을 감싸고 있는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권의 찬 기류가 남하, 온도가 내려가고 거기다 지구 온난화로 수증기가 대기에 농축되면서 폭설과 폭우가 잦아진다는 것이다.
북위 60도 남쪽에서 고도 6~9마일 높이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기류인 이 바람은 1883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토아 화산이 터지면서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화산재가 이 기류를 타고 생각보다 훨씬 빨리 세계 전역으로 퍼진 것이다.
이 기류 발생 지점이 마침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높이와 일치해 여행객들에게 이 기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기류를 타면 연료와 비행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지만 이를 거스르면 두 가지 모두를 허비해야 한다. LA-서울 비행시간이 서울-LA 비행시간보다 3시간이나 더 긴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이번 기상 한파가 제트 기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기상학자들도 지구 온난화가 어떻게 이 기류를 약화시켰는지, 앞으로 온난화가 계속되면 한파와 폭설은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인지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첨단 과학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도 기상에 관한 한은 날씨가 심술을 부리면 ‘하늘이 노했다’고 체념하던 옛 사람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