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북관계는 근래 들어 최악의 수준으로 마감했다. 남북 교류 협력은 거의 중단되었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다. 한반도에 새로운 냉전구도가 고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2011년에도 남북 관계는 긴장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돌파구가 생길 것인지 해외에 사는 한인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안보 불안은 경제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남북관계는 긴장과 화해의 노력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의 포성이 일단 멈추기는 했지만 북한이 이대로 물러설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천안함이나 연평도와는 또 다른 형태의 군사적 도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미 관계가 지지 부진한 상태에서 북한이 상반기에 제 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남북 간 그리고 북미간의 긴장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년 공동 사설에서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하루 빨리 해소”하고 “북과 남, 해외의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예전과 같은 남측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 등에 대한 실명거론 비난 없이 원론적 수준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존중, 대화와 협력사업 장려 등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은 대화의 장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지난해 남북 간 군사출동이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군사적으로 풀 수는 없고 결국에는 정치적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 북한의 강온 전략에 대해 한국정부도 이에 걸맞은 적절한 전략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조성된 남북 간 긴장관계는 한반도에 새로운 냉전구도를 고착화 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결 구도는 결코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소련제국의 붕괴 이후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을 시점으로 지난 20년간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으로 부터 견인해 오는데 많은 노력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하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쪽으로 다시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중국내 반한 감정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이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무역이 이미 미국과 일본을 합친 규모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중국내 반한 감정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인 중요성 때문에 남북관계의 변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간의 역학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한미관계가 순항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등을 돌리게 해서는 안된다. 남북관계를 큰 틀 속에 봐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2011년은 분명 이명박 정부에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남북관계를 군사적 해법이 아닌 정치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으며 이는 한미관계, 동북아 관계를 고려한 총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남북문제에 관한 한 국론 통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10년간의 진보정권의 대북 유화 정책의 공과를 따져서 공은 인정하고 야당과 진보세력의 협조를 요청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지 이를 ‘잃어버린 10년’으로 치부해 버려선 국론 통일이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경제와 외교 안보가 분리될 수 없음은 이제 명백해 졌다. 현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올 한해뿐이며 경제 뿐 아니라 외교 안보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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