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신묘년 새해아침부터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3.26)이후 꽁꽁 얼어붙은 남북 간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남한 당국에 대화와 화해. 협력의 손짓을 내밀고 있다.
북한은 1월1일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대결 해소’를 위해 남북대화를 촉구한지 나흘 만에 다시 5일 남북 당국 간의 조건 없는 남북회담을 제의했다.
이 제안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주장한다" 면서 "우리는 대화와 협상,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 사업을 포함해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나갈 것"을 제안한 것이었다. 요약하면 이 제안은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북한의 의지와 결단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런 결단을 한 데는 북한의 내부적 요인과 국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적대적 남북관계를 해소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리한 대화 환경을 조성하여 MB 정부로부터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확보해 북한의 경제적 안정과 김정은 3대 세습을 조기에 안정화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1년 앞둔 현 시점에서 김정은 후계체제의 공고화를 위해서도 북한의 정치, 경제 안정화를 위해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재인식한 것이다.
둘째로, 1월19일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마도 중국의 권유로 북한은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여 실추된 국제적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선 남북관계 진전 후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6자회담의 5개 참가국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의도도 보인다.
MB 정부는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에 대해 수용할 것인지를 놓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MB 정부는 북한이 보낸 이 메시지가 유화 제스처를 뛰어넘어 남북 간의 대화, 화해와 협력하자는 북한의 적극적인 제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대화 제의의 ‘진정성’을 이유로 MB 정부가 다시 ‘무시’한다면 현재 남북대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도 이견으로 한국 정부가 대화 기피란 불명예스러운 누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한 대화의 ‘진정성’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확인함이 바람직하다. 일단 북한의 대화제의가 진정성이 있는지를 테스트하기위해서라도 조건 없이 북한의 제의를 받아드리고 6자 회담재개의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나감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남북 대화 없이 북에다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주문 보다는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남북 간 대화 없이 북한의 진정성 문제를 논할 수 있겠는가? 미국은 분명히 남북대화를 절실히 바란다. 그래야만 미국이 추진하는 6자회담 재개로 북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폐기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MB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면 먼저 남북 당국자간의 생산적인 대화가 전제조건이다. 그렇다면 북이 제의한 남북대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위대한 지도력은 주어진 기회를 잘 이용하여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북한의 제의에 대해 MB 정부가 통 큰 결단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만약 북한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남북 대결이 풀리지 않으면 북한은 늘 그래 했듯이 벼랑 끝 전술카드를 꺼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갈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곽태환 <통일전략연구협의회 회장 전 통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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