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대남 대화공세를 연이어 전개하고 있다. 1월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 대결상태의 해소를 강조하며 대화와 협력을 주장한 이래, 5일 ‘정부· 정당· 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였고,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간 무조건적인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또한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언론 매체를 동원하여 연일 남북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논설, 사설 등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대화와 협력을 제의하면서 남북관계의 파탄원인을 ‘외세와 야합한 반 공화국 모략과 북침 전쟁도발 책동’(신년공동사설), ‘남조선 당국의 친미사대, 동족대결정책이 빚어낸 후과’(연합성명)”등으로 규정지은 채 한국 정부에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북한은 현 정부 들어서만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사살, 제2차 핵실험 강행, 제3차 서해도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등 군사모험주의를 자행하며 남북관계를 대결국면으로 이끌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특히 천안함 및 연평도사건에 대해서는 사과는 커녕 적반하장격으로 ‘남측의 자작극’이니 ‘선제포격에 의한 대응’이니 하며 진실마저 호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화를 제의하면서 한국정부를 ‘전쟁하수인, 반통일 대결 광신자’(신년공동사설)로 매도한 가운데 5일의 연합성명에서 남북관계 분위기 전환을 위해 비방 중상을 중지하자고 제의해놓고, 1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현 정부를 재차‘남조선호전광’으로 비방했다. 북한정권의 허구성과 이중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마음에도 없는 무조건적인 남북대화와 협력을 연이어 제의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2012년 강성대국 건설과정에서 북한이 자행할 대남 군사모험주의노선에 대한 명분쌓기 용으로, 지속적인 대화-평화공세를 통해 남북관계의 파탄과 한반도 긴장고조의 책임을 한국정부에 전가하며, 아래와 같은 효과를 노리려는 술책이다.
첫째, 대내적으로 남한의 친북 햇볕론자들을 부추겨 “무조건 대화에 응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게 해 남남갈등을 조장, 사회교란을 증폭시키려는 것이다.
둘째, 대외적으로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등 군사모험주의 노선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제와 압박조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적인 대화공세를 제기, 이른바 평화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셋째,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불만을 무마하고 체제 및 정권수호를 공고화하려는 의도다. 이는 북한이 연초부터 ‘대남 대화공세’를 대내 언론매체에 집중 보도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즉 남한 당국의 대결정책과 전쟁 책동에도 불구, 민족의 입장을 고려하여 무조건적 대화를 제의했는데 남한이 이를 거절하고 있어 혁명의 수뇌부(김정일)와 당중앙(김정은)을 중심으로 일치단결, 고난의 행군정신으로 미제와 남한의 전쟁공세를 막아야한다고 선동하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남 가장평화공세를 체제결속과 수령 독재체제 유지에 활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북한정권 출범이후 64년간의 남북관계사를 되새겨 보면, 북한은 대남 강경노선 후 어김없이 대화공세를 전개하는 전술적 변화상을 보여 준바 있다. 자신들의 폭력노선을 평화공세로 역이용하여 한국정부를 압박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한국정부는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첫째,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시인, 사과, 책임자 처벌, 보상, 재발방지 조치를 이행할 것. 둘째, 6자회담의 기 합의대로 조속히 핵개발을 중지하고 핵시스템을 폐기할 것. 셋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이 아닌 남북기본합의서(1992)를 성실히 이행할 것 등이다.
이러한 조건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남북대화란 허구에 불과한 것이며 북한의 정교한 대남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지혜로운 대응을 기대한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안보대책실 선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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