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2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이다. GDP 규모가 16조 3천억 달러에 이르고 역외 수입금액이 1조 7천억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EU와 한국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이 7월1일부로 발효되었다.
지난해 한국의 EU 수출액은 535억 달러였고 수입액은 387억 달러였다. 이번에 FTA가 발효되면서 수출과 수입 공히 매년 20억 달러 이상씩 증가하고,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 EU FTA는 크게 세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EU 시장에 대한 선점효과이다. 일본, 중국, 미국 등은 아직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 한국 상품들이 이들 경쟁국가의 상품들보다 훨씬 유리한 조 건에서 EU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EU의 한국과 FTA 체결은 유럽 이외의 주요 산업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사례다. 이러한 선점효과는 비단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EU 및 다른 경쟁국들의 기업들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한국경제의 효율성 증대이다. FTA는 자국과 상대국의 시장개방을 서로 교환하는 국제협정이다. 시장개방은 경쟁압력을 높여 기업들로 하여금 생산성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증진하도록 압박한다. 특히 선진국과의 FTA가 그러하다.
이러한 경쟁압력에 노출된 기업들 중에서는 더욱 흥하는 기업도 있고 망하는 기업도 있을 수 있다. 흔히 FTA 체결 에 따라 유리해지는 산업이 있고 불리해지는 산업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나 FTA의 경제적 효과는 사실 동태적으로 나타난다. 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FTA의 효과가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시장개방에 반대하고 국내시장의 보호에 급급한 국가들의 경우 기업들의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지기 쉽다.
셋째, 한 · EU FTA는 한국을 세계적 FTA 네트웍의 허브로 만들 것이다. 한국은 ASEAN과 FTA를 체결했고 인도와는 FTA에 준하는 경제연대협정을 체결했다. 칠레와의 FTA는 이미 발효되었고 페루와의 FTA가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FTA는 공식협상과 서명을 거쳐 양국의 비준절차를 밞고 있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등으로 구성된 유 럽자유무역지대(EFTA)와의 FTA가 발효된 가운데, 이번에 EU와의 FTA가 발효됨으로써 유럽 국가들과의 FTA 체결이 완성된 셈이다. 물론 우리의 주요 무역파트너이자 인접국인 일본 및 중국과의 FTA 체결이 진척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FTA 네트웍 구축의 최대 관건은 역시 한·미 FTA의 발효이다. 한·미 FTA는 2007년 중반에 협상이 타결되었으나 양국의 비준절차가 계속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작년 말에 이루어진 양국 정부의 추가협상으로 미국 의회의 분위기는 크게 개선되었다.
한국에서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는 논리는 다양하다.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현 정부 하에서 진행된 한·미 FTA의 추가협상이 이익의 균형을 깨뜨렸다는 이유로 비준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타결된 한·미 FTA 원안을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고쳤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협상을 다시 하라는 주문이다. 사실 추가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이 자동차시장의 개방 속도를 늦추는 것에 양보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한·미 FTA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동차업계는 한·미 FTA의 발효가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EU FTA 발효에 이어 한·미 FTA의 양국 의회 비준이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의 양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다. 시장개방, 효율성 증대, 복지확충의 선순환이 한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만들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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