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표정
“어-, 어-! 이게 뭐지?”
23일(화) 낮 1시51분. 갑자기 건물이 흔들거리자 애난데일의 모 변호사 사무실의 직원들은 의아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도 잠시, 3-4초씩 두 차례 가볍게 떨던 건물은 이내 심하게 덜덜거리기 시작했고 세워놓은 액자들이 흔들거리며 넘어졌다. 순식간에 공포가 엄습하면서 일부 직원들은 책상 아래로 엎드렸고 일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처음엔 대형 트레일러가 지나가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 크게 흔들리면서 그냥 서서 중심을 잡기 힘들었어요. 누군가 지진이라고 외쳤지만 어찌 할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무섭고 눈물도 나고….” 지진 당시의 순간을 생생히 전하는 여직원 H씨는 아직도 멍멍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진도 5.9. 청명한 초가을의 날씨를 보인 23일 워싱턴 일원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한인들은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고 놀라 어찌 할 줄을 몰라 했다.
저먼타운의 한 타운하우스에 거주하는 L씨는 “미국에 산 지 40년이 다 됐는데 이런 기분 나쁜 경험은 처음”이라며 “몸이 중심을 못 잡고, 탁자 위의 물건들은 떨어지고, 엉망이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시 자동차를 운전 중이었던 P씨는 “차가 고장이 나 진동이 엄청 큰 줄 알았다”며 “나중에는 심하게 흔들려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차를 세우고 서 있었다.”고 끔찍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하던 P씨는 “갑자기 바닥이 흔들리는데 내 몸이 그냥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며 “너무 놀라 중간에 그냥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진은 짧았다. 약 15초간의 진동이 끝나자 P씨처럼 한인 업소와 사무실은 물론 가정에 있던 한인들의 대부분은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삼삼오오 모여 상황을 주시했다. 특히 만에 하나 여진이 있을 것을 염려해 아이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등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한인들은 셀폰으로 가족의 안부를 걱정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상당수의 전화가 불통됐다. 대다수의 핸드폰은 지진 발생 30분 뒤쯤에 다시 재개통됐다.
지진으로 인한 불안감을 진정하고 여진이 없음이 확인되자 한인들은 일터로 복귀했으나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지진으로 한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가정과 사무실의 집기가 일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메릴랜드의 실버스프링에서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는 K씨의 업소에서는 벽에 진열해놓은 술병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애난데일의 기독교문사에서는 서가에 꽂힌 책들 일부가 지진의 여파로 떨어졌으며 비엔나에 소재한 한미과학협력센터는 벽 일부에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가구 등이 파손되는 등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 폴스처치의 한 콘도미니엄 4층에 거주하는 H씨는 “처음엔 건물 공사를 하는 줄 알았다”며 “받침대 위의 TV가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서랍장의 서랍이 지진의 충격으로 빠져나와 일부 파손됐다”고 피해 상황을 전했다.
한국으로의 출발을 앞두고 있던 대한항공 KE 093편은 다행히 지진 발생 20분 전에 이륙해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다만 덜레스 공항에 친지를 환송 나왔던 A씨는 “갑자기 건물이 흔들거려 처음에는 비행기가 사고로 공항 건물을 들이받은 걸로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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