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외계인이듯 나와는 가치체계나 관심사가 확연히 다른 손주와 요근래들어 작은 전쟁을 벌였다. 7학년 짜리와 6십대 할머니의 갈등은 아이폰 때문에 불거졌다. 지난 봄에 최신형 아이팟 4를 손에 쥔 녀석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폰 타령이다. 점점 높아만 가는 욕구를 어디까지 수용하여야 하나,골머리가 아팠다. 처음엔 어림 한푼어치 없는 소리라고 묵살했지만 녀석의 논리정연하고도 집요한 설득작전은 끈질겼다. 몇며칠에 걸친 줄다리기식 격론 끝에 대체방안을 찾아 마침내 협상의 접점을 찾긴 찾았다. 그 과정에서 "잡스인지 애플인지에선 하루 다르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자꾸 부모들 주름살만 늘리는구나."라는 투덜거림이 절로 터져나왔다. 그러니 기술 관련 분야에서야 독보적이고도 경이로운 신화를 이룩한 기업인이 그 아니랴.
세계 IT업계 혁신과 도전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는 이른바 손주의 우상이었다. 하긴 그를 존경까지는 아니어도 존재감을 대단치 않게 여기거나 멀찌감치 도외시하고서는 아이들끼리 어울리기도 힘들 것같은 세태다. 실지로 요즘 손주가 자주 쓰는 일상용어들 중에는 i자가 들어가면서 뜻이 아리송한 것들이 숱하다. 솔직히 기계류에 관한 한 태반이 모르는 단어 천지로 아이와 나 사이에는 소통이 쉽지 않다. 그러던 5일 밤 잡스의 사망 소식이 뜨자마자 아이의 셀폰에선 불이 날 지경이었다. 반 친구들과 인류의 삶을 바꾼 혁신의 대가이자 IT 산업의 선두주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영면 소식을 놓고 애도의 문자가 한동안 오갔다. 세상은 스티브 잡스 덕분에 놀랍고도 멋지게 발전했다고 그들은 굳게 믿는 눈치였다. 그들은 이 시대 최고의 아이콘인 스티브를 사랑하며 오래 기억할 거라고, 남긴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열띤 찬사를 보냈다. 애플 설립 초기에 내놓은 매킨토시와 아이팟 등 컴퓨터며 휴대용기기 등과 관련된 3백여 건의 미국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잡스는 하긴 발명왕 에디슨에 비견되기도 한다.
애플의 구호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고 하던가. IT시대를 이끌었던 영웅, 창조적 천재, 위대한 최고의 CEO였던 그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단순함의 미학을 사랑하였다. 그는 평소 ‘기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제품을 통해 알려줬다’고는 하나 새로 나온 기계를 대하는 나이든 축은 대부분 일단 주눅부터 든다. 그처럼 나는 생활을 편리하게 이끄는 첨단 기기라는 이름의 신제품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미개한 할머니 부류에 속한다. 잡다한 기능이 들어있는 전화기도 송수신 이용 뿐이요 카메라조차도 찍는다는 단순 목적만을 위해 사용할 정도다. 반면 그의 모토는 디자인만이 아니라 기계는 무조건 간결하게! 였다지만 최신 제품들은 그의 말처럼 그리 다루기 쉽지만은 않다고 여겨지는 건 나이탓인가.
한시대를 풍미한 잡스는 56세라는 아쉽고도 아까운 나이로 눈을 감았다. 애플 스토어 앞에는 수많은 추모객들이 갖다 놓은 국화와 촛불,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귀 등이 놓여 있다고 한다. 스티브의 탁월한 지혜와 열정, 에너지는 우리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발전시킨 수많은 혁신의 원천이었다고 말하는 애플사. 작은 세상을 품는 것만으로는 도무지 만족에 이르지 못해 더 큰 우주로 나아감인가, 위대한 또 하나의 인재가 죽음 저 너머로 사라져갔다. 괴팍하고 고집스런 지구촌의 이단아였던 그가 남긴 말 중에는 그러나 깊이 새겨둘만한 어록이 적지 않다. 빛나는 천재성이 받침된 남다른 통찰력이 빚어낸 언어의 보석들이다. "우리는 앞을 바라보면서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다. 오로지 뒤를 바라볼 때만 우리가 찍어온 점들을 연결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찍는) 점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고 믿어야만 한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숙명이자 인생이 만든 유일한 최고의 발명이며 인생을 바꾸는 동인이다." 영면에 든 이제, iHeaven에서도 불굴의 도전을 게속하며 행복의 사과나무를 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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