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 목적이었지만 떠나가는 길은 마냥 섭섭하여 발길이 좀 채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함께했던 일박의 헤어짐이 그리도 섭섭했더랍니다. 갈 길은 멀다하고 bus는 대기 중, 그래도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시간을 끌자는 심사였습니다.
깊고 잔우리 합창단이 충북 제천의료원 위문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였습니다. 물론 위문 공잔한 호수는 운치의 극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충주 호반엔 객을 싣고 떠나는 유람선이 우리를 얼마나 애타게 부르고 있었는지요! 그러나 우리는 스케줄에 억매인 엄청 바쁜 연예인양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토록 우리를 유혹했던 유람선을 마다하고 집에 두고 온 남편, 아니면 부뚜막 위 찰 꿀떡 생각에 서둘러 떠나야만 했을까요? 엇졌던 간에 그래도 아쉬우니까 선창가라도 한번 거닐자는 의견은 통과가 됐던가. 봅니다. 우리는 인정도 없이 떠나 버리는 연락선만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제 막 가을에 물들어가는 나뭇 잎에 획 시선을 돌려버렸습니다. 땅 바닥도 내려다보았나봅니다.
Julie 언니가 돌연 네잎클로버 다! 속삭입니다. 어디? 너도 나도 행운을 찾아 클로버 밭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이번엔 수영언니가 찾았습니다. 나는 갑자기 불안합니다. 나만 행운을 못 찾는 것 같은 시샘은 내 눈을 점 점 더 어둡게 했습니다. 찾아야 한다는 큰 이유라도 있는 양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그때 수영언니가 내 마음에 들어앉아 있었던지 자기 것을 넌지시 건너 주는 겁니다. 우선 덥석 받아 들고 잎을 세어 확인을 했습니다. 언니, 고마워요! 그러나 솔직히 어딘가 마음이 흡족치 않았습니다. ‘이것은 내 행운이 아닌데?’ 하면서도 그 언니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은 했습니다. 한편으론 그 언니의 행운을 내가 빼앗아 가는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니는 곧 또 다른 하나를 찾았다는 겁니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습니다. 열심히 들고 버스에 돌아와 악보 속에 꾹 눌러 덮었습니다. 그리고 흐뭇해하려 했습니다.
선배언니들 합창단에 끼어 노래가 하고 싶어 고국을 찾은 객 신세로 동생 집에 머물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아직 식구들은 모두 잠에 취해있는 새벽녘, 잠이 깨어버린 나에게는 아주 애매모호한 시간이었습니다. 살짝 집을 나왔습니다. 새벽이 깔린 탄천가는 JOGGING객, 벌써 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 옆을 횡횡 스쳐가는 바이커들, 애견과 걷기운동을 즐기는 분 등등 제법 붐벼 댔습니다. 늘 그렇듯이 나는 사람을 피해 한적한 자연 속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고 싶었습니다. 저 편을 바라보니 이제 막 가을에 접어들고 있는 억새풀인지 갈대인지, 바람에 흔들리는 찬란한 은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그마한 다리를 건넜습니다. 거기는 제법 한적하기도 했습니다. 정적을 즐기고 갈대도 헤집어 보면서 나는 한참을 걸었습니다.
2
이게 웬 떡입니까! 갈대밭 밑으로 무성이 자란 클로버들이 땅을 덮고 있었습니다. 어제의 네잎클로버가 머리에 선뜻 떠올랐습니다. 옳다 꾸나! 오늘은 나만의 네잎 클로버를 찾고야 말겠다! 지레 기쁨으로 허리를 구부렸습니다. 급한 마음은 부릅뜬 나의 눈을 또 멀게 했습니다. 그래! 너는 어찌 행운을 주었던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순수니 받지 못하고 내가 꼭 찾아야만 그것이 나만의 행운이라고 그리 용을 쓰고 있느냐? 고 누군가가 꿀밤을 먹입니다. 그 꿀 침은 번듯 내 마음을 고쳐먹게 했습니다.
‘네! 따뜻한 그 마음을 그대로 받겠습니다.’ 대답 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바로 그 때 눈앞에 우뚝 솟아올라 유난히도 커 보이는 잎 새의 네잎클로버! 나의 눈과 발은 그 자리에 뚝 멈추어 섰습니다. 놀라움에 멍하니 한참을 바라만 보다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습니다. 주위에 아무경쟁자가 없는 나만의 보물! 나는 그 행운을 송두리 채, 뿌리까지 뽑아 들었습니다.
수영 언니의 진심어린 사랑의 배려를 그대로 고맙게 받겠다는 나의 고쳐먹은 마음과 요상한 욕심을 버린 순간 나에게 찾아와 주었던 생전 처음의 클로버 행운이었습니다.
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기를 갈망하는 나에게 오늘 아침 그렇게 와 주었던 네잎클로버! 때때로 나는 이런 순간의 느낌 때문에 살고 있지 않는가? 합니다. 어쩌면 이 클로버의 행운이 한 낫 실없고 별 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놀라운 어떤 순간의 조그마한 기쁨이 나에게 행복을 안겨 주곤 합니다. 사뿐 사뿐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직도 인기척이 없는 집안에 살그머니 들어와 살며시 방문을 닫았습니다. 일기장 갈피에 새롭고 놀라운 나의 보물을 또 꾹 눌러 넣었습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벌렁 뒤로 누우며, 비우는 마음의 평화를 주었던 오늘 아침의 네잎클로버의 가르침에 감사했습니다.
10월 12일 2011년
정남순자 씀(제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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