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 오심파문으로 선수들 ‘오기’ 발동
한국 펜싱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연일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 펜싱은 3일(현지시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역대 최고 성적을 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금 1개, 동 1개)의 성적을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특히 초반의 숱한 악재를 딛고 만들어낸 성적이라는 점이 놀랍다.
한국은 대회 첫날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 나선 기대주 남현희(31·성남시청)가 연달아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4위에 머물렀다.
또 이튿날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한 명도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두 종목은 선수들의 세계랭킹이 가장 높아 유력한 메달 종목으로 거론되던 터였다.
여기에 사흘째 신아람(26·계룡시청)이 올림픽 펜싱 사상 최악의 오심으로 기록될 ‘멈춘 1초’ 사건의 희생자가 되면서 분위기가 최악으로 가라앉았다.
초반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나머지 선수들의 부담감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특히 펜싱 선수 대부분은 올림픽 경험조차 부족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비웃듯 대표팀은 나흘째부터 무더기 메달 사냥에 나섰다.
최병철(31·화성시청)이 남자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고, 남자 에페에서는 정진선(28·화성시청)이 3위에 올랐다.
여기에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24·익산시청)이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완전히 분위기를 뒤바꿨다.
여세를 몰아 여자 플뢰레 단체전,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연달아 메달 소식을 전하며 대표팀을 ‘잔치 분위기’로 만들었다.
지난 1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하면서 갈고 닦은 실력과 많은 전지훈련으로 쌓은 경험이 낳은 결과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최악의 오심이 오히려 선수들을 ‘오기’로 똘똘 뭉치게 했다는 분석이다.
펜싱 메달리스트들은 하나같이 인터뷰에서 "오심을 보면서 우리도 눈물이 나게 억울했다"면서 "아예 이런 오심이 나올 수 없도록 완벽한 승리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오은석(29·국민체육진흥공단)도 "개인전에서 동료의 성적이 안 좋아서 마음이 아팠다"며 "단체전이 있으니 서로 똘똘 뭉치자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합작한 김정환(29·국민체육진흥공단)은 "신아람의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켜 심판이 함부로 얕보지 못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국제심판위원회나 펜싱연맹에서 아람이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패에도 기죽지 않고 패기를 앞세워 복수에 나선 선수들의 ‘팀 정신’이 런던의 기적을 만든 셈이다.
(런던=연합뉴스) 특별취재단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