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도 많이 찾고 있는 릴리하 지역에 위치한 쿠아키니 병원(사진 위)이 일본인 이민자들에 의해 설립됐다는 것을 아는 한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1918년 일본인 이민자들을 위해 설립된 쿠아키니 병원의 역사는 캘리포니아의 금광과 대륙횡단철도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대량으로 이주해 온 중국인들에 위협을 느낀 미국 정부가 1882년 당시 중국인 입국금지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시작된다.
당시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주요 인력은 중국인 이민자들에 크게 의지해 왔지만 중국인 입국금지법안 통과로 인력수급에 차질을 겪게 되자 농장주들이 대안으로 눈을 돌린 곳이 일본이었다.
1885년부터 1920년까지 하와이로 이주해 온 일본인 미혼남성 근로자들의 숫자는 약 7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경우 독신으로 이민 와 하와이 원주민 여성들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일본인 남성들은 본국에서 부인을 데려오거나 사진신부와 결혼, 혹은 아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이들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독신인 채로 살고 있는 일본인 노무자들을 돌보기 위한 ‘일본인 자선회(Nihonjin Jizenkai)’가 1892년 설립되고 1900년 7월15일에는 카팔라마 지역에 일본인 자선병원이란 명칭으로 산사부로 고바야시, 이가 모리, 그리고 마쯔지 미사와 등 3명의 의사가 상주하는 38개의 침상이 갖춰진 병원이 3,100달러에 완공되기에 이른다.
환자가 늘어나자 이 병원은 현 릴리하 도서관 부지로 자리를 옮겼고 1918년에는 일본의 대정천황이 지금의 쿠아키니 스트릿에 위치한 4에이커 부지에 침상 70개가 갖춰진 병원을 건립하는데 기부하면서 ‘일본인 병원’으로 명칭을 줄여 부르게 된다.
당시 이곳에서 근무하던 의사와 간호사들은 유카타와 게다를 착용한 전통복 차림에 일본어만을 사용했고 모든 간판과 안내표지판에도 한문이 사용됐다. 병원에는 또한 일본인들을 위한 대중탕과 다도 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1920년 들어서 이 병원은 주내 민간 병원으로는 2번째로 큰 규모로 성장했다,
1934년에는 일본의 쇼와천황이 이곳을 침상 100개 규모로 확장하는데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병원본관 건물 꼭대기에 장식된 국화 형상의 돔은 병원 발전에 기여한 일본왕실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일본어로 씌어진 병원 간판을 포함해 일본과 관련된 모든 기물들이 철거됐다.
마사지 마루모토와 쯔네지 신카와 등 2명의 의사를 제외한 모든 일본인 직원, 그리고 자선회 인사들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전원 수용소에 수감됐다.
1941년에는 미 육군이 병원을 접수했고 1945년 8월1일에는 병원이 위치한 쿠아키니 스트릿의 이름을 딴 ‘쿠아키니 병원(Kuakini Hospital & Home)’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쿠아키니 스트릿의 명칭은 세레노 비숍 목사의 하와이 원주민 이름인 ‘쿠아키니’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후 쿠아키니 병원이 민영화 되면서 일본인뿐만 아니라 지역 내 모든 주민들을 위한 병원으로 거듭나게 됐고 병원 내 일본어와 일본식 풍습들은 이곳이 미국병원화 되면서 사용이 중단됐다.
현재 쿠아키니 병원은 일본인 이민자들이 설립한 미국 내 병원들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곳으로 500명의 의사가 연간 6,000명 이상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