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문학에서 locus amoenus (라틴어로 ‘기분좋은 곳’)란 등장인물의 내면이 반영된 아름답고 조화로운 자연 정경을 일컫는 용어이다. 사랑이 싹트는 장면의 목가적 배경이나, 에덴동산처럼 묘사된 연인들의 밀회 장소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문학 속의 이상향을 눈앞의 낙원으로 현실화 해놓은 곳이 있다. 남프랑스의 Saint-Jean-Cap-Ferrat 끝에 위치한 Grand Hôtel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정원이다. 그곳에는 희한한 푸른 나무들이 눈앞에 넘쳐나고 진한 색깔의 이국적인 꽃들은 강한 향기를 뿜으며 새소리가 그윽하게 공기에 울린다. 아무리 보들레르의 시, ‘여행에로에 초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지만, 보이는 "모든것이 조화, 미, 화려, 고요 그리고 관능"뿐이다.
특히 "화려 (luxe), 고요(calme) 관능(volupté )"이라고 이름 붙인 세곳의 신비로운 정원은, 마치 이 세가지 시어들이 그자리에서 육화되어 만들어낸 마법의 화원인 것만 같다. 지중해가 금색 옥색의 오묘한 색깔로 잔잔히 반짝이는, 세계 부호들의 근사한 빌라가 모여있는 조용하고 눈부신 이곳에서 부르고뉴산 적포도주를 두병쯤 나눠 마시며 맛있는 식사를한다. 꼬뜨다쥐르의 최고의 셰프, JeanClaude Guillon이 갓 만들어낸, 껍데기가 아삭한 생선구이, 혀에 붙는듯한 스테이크, 신선한 송이버섯 요리 등이 무슨 의식처럼 ‘unveiling’을 통해 소개된다. 그때 내 옆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어여뿐 분이 행복한 얼굴로 앉아 계셨고, 그분이 내가 이곳에 매혹되었던 진정한 이유였다. 지금 그분은 내곁에 안계시다. 그날 저녁의 Cap Ferrat의 Grand Hôtel 로 막 달려가서 그분을 만나고 싶다. 그때처럼 아름다운모습으로 테라스에 앉아 날 기다리신다면 좋겠다. 그때 마셨던 적포도주의 맛과 진한 꽃향기로 아득했던 밤공기와 어우러져 내 머릿속에 귀한 보석처럼 숨쉬고 있는, 그분이 계셨던 꿈 같은 그 공간과 순간, 이 순간을 나는 시간의 연금술을 통해 만난다. 가슴에서 가끔 꺼내어 다시 그 순간을 경험하며 황홀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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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ie H Kim 이화여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석사, 콜럼비아대학원 박사과정중 캘리포니아로 이주. 콜럼비아대학에서 불어 강의, 현재 쎄미날로그LLC 대표, SF한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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